박 성 우

쌀 됫박이나 팔러 싸전에 왔다가 쌀은 못 팔고 그냥저냥 깨나 팔러 가는 게 한세상 건너는 법이라고, 오가는 이 없는 싸전다리 아래로 쌀뜨물같이 허연 달빛만 하냥 흐른다

야 이놈아, 뭣이 그리 허망터냐?

싸전 다리 아래는 갖가지 곡류와 먹거리를 파는 난전이 벌어지는 곳이다. 쌀을 내다 팔러 갔다가 잘 포장된 브랜드쌀이나 수입쌀 판매가 일반화된 현실 때문에 쌀을 팔지 못하고 돌아오며 느낀 허탈감 박탈감이 시 전편에 깔려있다. 다국적 외래 농산물이나 브랜드화된 농산물이 토종 농산물을 넘어서는 서글픈 현실을 한탄하는 농민들의 한숨 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