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스병원-세명기독병원, ‘선발 vs 후발’ 뇌병원 라이벌전
세명 2008년 인수 옛 동국대 병원 자리 에스병원
초기 밀접 협력관계… 진료영역 겹치며 갈등·결별
이동 옮겨간 에스, 전국적 소문 뇌 전문 병원 도약
재정비 마친 세명, 이르면 4월 뇌병원 개설 도전장
같은 분야 경쟁구도에 지역민들 의료질 향상 기대

뇌졸중 환자는 어느 병원으로 향할까. 뇌혈관 전문병원 지정으로 실력이 검증된 에스포항병원과 ‘뇌병원’ 운영으로 원스톱 의료서비스 지원에 나선 세명기독병원 사이에 환자 유치경쟁이 예상된다. /이용선기자photokid@kbmaeil.com

에스포항병원과 세명기독병원이 뇌질환치료 1인자 자리를 놓고 자존심을 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뇌혈관 전문병원 지정으로 탄탄한 실력을 입증한 에스포항병원에 맞서 세명기독병원이 뇌병원 개원으로 도전장을 내밀며 팽팽한 양강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한때 한솥밥 식구였던 이들이 ‘뇌질환 치료전문’ 타이틀을 걸고 맞붙게 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의료법인 한성재단이 설립한 두 병원의 관계는 기업으로 치면 세명기독이 에스포항의 모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세명기독병원은 지난 2008년 옛 동국대 포항병원을 인수하고 그 자리에 에스포항병원 문패를 달아줬다. 에스포항은 당시 포항에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신경계질환 분야에 선두주자로 뛰어들어 의료질 향상을 견인했다.

초창기까지만 해도 둘은 서로 내부상황이나 의료진 등을 공유하며 돈독한 관계를 보였다. 환자 특성에 따라 신경외과 치료는 에스포항으로, 정형·성형 수술은 세명기독으로 전원한 것이 단적인 예다. 실제 두 병원에서 모두 근무한 이력을 지닌 의사, 간호사도 상당수다.

서로 전문진료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형태로 지속된 관계는 점차 금가기 시작했다. 세명기독병원은 분원 형태로 에스포항병원을 운영하고자 했지만, 여러 관련 규정에 묶여 허가를 받지 못했다. 내부에서는 정형·성형, 심장, 소화기 등 3대 센터운영에 이어 에스포항병원의 전문영역인 뇌질환 부문에 진료 특성화 계획을 밝히면서 갈등이 정점에 치달은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에스포항병원은 2017년 남구 이동으로 자리를 옮기고, 둘은 완전히 갈라서게 된다.

터전을 내주고 주소 변경에 따른 각종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에스포항은 입지를 견고히 다졌다. 지난 2월 기준으로 총 254병상을 운영 중이며, 신경외과 전문의만 경북에서 가장 많은 11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병원을 찾은 외래환자는 18만3천여명으로, 같은 기간 뇌·척추 수술건수는 3천여건에 달한다. 올해까지 4회 연속으로 보건복지부로부터 뇌혈관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아 이제는 전국적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에스포항병원 관계자는 “뇌혈관 치료만큼은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우리 병원의 최신 수술법을 배우기 위해 해외 의료진도 매년 찾아온다”고 밝혔다.
 

뇌졸중 환자는 어느 병원으로 향할까. 뇌혈관 전문병원 지정으로 실력이 검증된 에스포항병원과 ‘뇌병원’ 운영으로 원스톱 의료서비스 지원에 나선 세명기독병원 사이에 환자 유치경쟁이 예상된다.  /이용선기자photokid@kbmaeil.com
뇌졸중 환자는 어느 병원으로 향할까. 뇌혈관 전문병원 지정으로 실력이 검증된 에스포항병원과 ‘뇌병원’ 운영으로 원스톱 의료서비스 지원에 나선 세명기독병원 사이에 환자 유치경쟁이 예상된다. /이용선기자photokid@kbmaeil.com

한동안 적잖은 속앓이를 한 세명기독병원은 최근 재정비를 마치고 에스포항병원에 도전장을 던졌다. 뇌질환을 중점으로 다루는 ‘분리병원’을 운영할 목적으로 남구 대도동의 옛 부산은행 건물을 사들여 영역 넓히기에 돌입, 이르면 오는 4월께 뇌병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에스포항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해 뇌병원 의료진을 꾸리고 진단부터 재활까지 ‘원스톱 케어’를 지원할 계획이다. 포항시 보건소와 함께 지역사회 치매 극복을 위한 활동도 계획 중이다.

이로써 뇌질환 치료 전문기관이 포항에 두 곳이나 생기면서 시민들은 의료서비스 선택폭이 넓어진만큼 양질의 의료 혜택을 누릴 것이라 기대한다. 의료계에선 경북 전역이 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뇌질환 전문병원들이 치매 예방과 치료에 앞장서며 보건의료 내실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포항시의사회 김두중 사무국장은 “전문성을 지향하는 두 병원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길 기대한다”면서 “지방에서는 특히 뇌경색, 뇌졸중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서야 사후 조치에 그치는 치료 비중이 높은 편인데, 앞으로는 전조증상 진단을 통해 심각한 뇌 손상을 막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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