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고향 같다” 이튿날 “제 역할 여기까지” 총장직 전격 사퇴
“상식·정의 무너지는 것 더는 지켜 못 봐… 국민에 피해 돌아갈 것”
정치입문 관련해선 묵묵부답… 문 대통령, 1시간 만에 사의 수락

일찍부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 3일 대구를 찾은 이후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았으며, 임기 142일을 남겨둔 시점이다. 이에 따라,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검사 신분을 벗어난 윤 총장이 향후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나설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3면>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저는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면서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이제까지”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여권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의 입법 추진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윤 총장은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며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분들, 제게 날 선 비판을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윤 총장은 향후 거취 문제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그는 ‘어제까지 거취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는데 오늘 갑자기 입장을 표명한 이유가 무엇인지’, ‘사퇴 이후 정치 입문할 계획이 있는지’, ‘중수청 논의를 앞으로 어떻게 할지’ 등에도 말문을 열지 않았다.

앞서 윤 총장의 사퇴는 하루 전부터 예고됐었다. 윤 총장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퇴를 건의하겠다’는 보도 이후 측근들에게 “그만둬야 중대범죄수사청 추진을 멈추는 것 아니냐”며 사의표명 입장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윤 총장은 이날 오전 반차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리했다. 윤 총장의 사의 표명 이후 1시간 만이다.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