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격 사퇴 윤석열
反文연대 구심점 급부상
제3지대 신당 창당 가능성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시간 만에 윤 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의 전격 사퇴가 1년 남은 대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아니냐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마지막 공식일정으로 보수의 심장인 대구를 선택한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3일 윤 총장은 대구고검 간담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대구는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2년간 저를 따뜻하게 품어줬던 고장”이라며 “5년 만에 왔더니 정말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보수 야권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지자들로부터 환호를 받는 등 마치 대선 후보 출정식에 버금가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여권에서는 윤 총장의 사퇴를 “정치 검찰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얻은 건 정치검찰의 오명이요, 잃은 건 국민의 검찰이라는 가치”라며 “검찰 스스로 개혁 주체가 돼 중단 없는 개혁을 하겠다는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직무정지도 거부하면서 소송까지 불사할 때는 언제고 임기 만료를 4개월여 앞두고 사퇴하는 것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이슈를 집중시켜 보궐선거를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려는 ‘야당발 기획 사퇴’를 의심케 한다”고 말했다. 이어 “끝까지 검찰의 이익만을 위해 검찰개혁을 방해하다가 사퇴마저 정치적 쇼로 기획해 ‘정치검찰의 끝판왕’으로 남았다”며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검찰총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야당은 윤 총장이 정권 탄압에 못 이겨 사퇴 수순을 밟게 됐다며 여권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국민의힘 주호영(대구 수성갑)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문재인 정권의 불의에 맞서 싸워왔던 윤 총장이 이제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음을 밝히면서 사퇴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도 “본격적인 정치선언이라고 봐야 한다. 문 정부에 각을 에웠고, 문 정부에서 핍박받았다. 범야권으로 올 것”이라며 야권 인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향후 행보에 대해선 “일단 무소속으로, 제3지대에서 활동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당장 국민의힘 등에 입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야권 내에서는 윤 총장이 곧바로 현실정치에 뛰어들지는 않고, 4월 보궐선거 이후 대선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이 ‘반문(反문재인)연대’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제3지대 신당 창당 가능성이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다. 충청권을 중심으로 윤사모(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 등이 주축이 돼 신당 창당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의 제3지대 신당창당을 통해 당 대 당 통합 등 합종연횡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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