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셋째주 CPI 전주보다 35계단 상승

박재범 작가와 손잡고 돌아온 ‘빈 변’(빈센조 변호사)의 모습에서 제대로 칼을 갈았음이 느껴진다.

3일 CJ ENM이 발표한 2월 셋째 주(15∼21일)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CPI) 집계에서 tvN 주말드라마 ‘빈센조’가 전주보다 35계단 뛰어올라 5위를 기록했다. CPI 지수는 227.4.

송중기가 이탈리아 마피아 콘실리에리로 변신해 주목받은 ‘빈센조’는 금주 CPI 1위를 차지한 SBS TV 금토극 ‘펜트하우스’ 시즌2(400.6)가 블랙홀처럼 모든 주말극을 빨아들이는 가운데서도 초반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기대만큼 선전하고 있다.

2 대 8 가르마에 핸드메이드 수트를 차려입고 총을 든 송중기의 모습에서 스타일리시한 장르극을 예상한 시청자가 많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김과장’과 ‘열혈사제’를 히트시킨 박재범 작가의 작품답게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빈센조’는 ‘열혈사제’가 그랬듯이 바벨제약을 위시한 거대한 악의 카르텔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그린다. 다른 점은 한층 ‘진화’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초중반부인만큼 송중기의 빈센조 까사노가 아직 김남길의 감해일을 넘어섰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빈센조’ 작품 자체는 ‘열혈사제’보다도 훨씬 복합적이다.

초반에는 강약 조절에 있어서 다소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눈에 띄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코미디와 누아르, 액션, 그리고 사회비판적 메시지가 더욱 세련되게 융합된 모양새다.

또 토요일 하루 ‘펜트하우스2’와 편성이 겹치는 점을 고려해서인지 ‘훗날’에 대비해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템포 조절을 하는 영리한 전략도 엿보인다.

초반부는 ‘이탈리아 마피아’의 한국 적응기를 표방하며 코미디를 위주로 전개했다. 그리고 시청자가 어느 정도 적응되자마자 3회 홍유찬(유재명 분)의 죽음을 계기로 빈센조(송중기)와 홍차영(전여빈)이 연합해 본격적으로 악의 무리를 응징하는 과정으로 넘어가고, 곧바로 빈센조의 카운터파트가 장준우(옥택연)였다는 반전을 공개하면서 긴장감을 높였다.

앞서 ‘돈꽃’과 ‘왕이 된 남자’로 세련된 연출력을 보여준 김희원 PD도 처음 블랙코미디 장르에 도전하는 것을 고려하면 선전하고 있다. ‘빈체로’(Vincero·승리하리라)를 삽입한 공장 폭파 장면 등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기적 측면에서는 송중기의 여전한 비주얼과 독기를 품은 연기 변신, 그리고 전여빈의 새로운 도전, 김여진의 악역 변신 등이 눈에 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초반 이탈리아 포도밭이 불타는 장면 등에서는 블록버스터 같은 기대감을 줬다가 빈센조가 한국으로 넘어오면서는 시트콤을 보는듯한 재미를 주고, 그러면서도 액션 누아르의 색을 잃지 않는 등 재치 있는 완급 조절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도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또 다른 측면에서 강력하게 문제 제기하면서도 코미디의 여유를 잃지 않는 작품”이라며 “다만 악마에 의해 악마들이 징벌 되는 부분이 현실적 감각 위에 올라와 있어야 더 짜릿하고 깨달음을 줄 텐데너무 비현실적으로 그려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엠넷 청소년 힙합 경연 프로그램 ‘고등래퍼4’는 전주보다 21계단 올라 4위(245.1)를 기록했다.

엠넷의 간판 힙합 오디션 ‘쇼미더머니’를 넘어설 만큼 10대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고등래퍼’ 시리즈는 순수하게 음악을 향해 돌진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롱런하고 있다.

10대들 특유의 톡톡 튀는 모습과, 그러면서도 성인들도 놀라게 할 만큼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는 모습이 심한 ‘악마의 편집’ 없이도 하나의 예능 콘텐츠로서 충분히 매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