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br>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올 것이 왔다. 오래전부터 예견하였던 인구절벽이 이제는 손에 잡힌다. 새 학기 신입생을 채워야 하는 대학들은 이미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하였다. 전국에서 무려 175개 대학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여 신입생 유치에 비상등이 켜졌다. 추가모집에도 미달이 속출한다는 게 아닌가. 비수도권 지방소재 대학들에게는 위기가 절벽으로 느껴질 만큼 가파르다. 정원을 채우는 일이 다급하지만 그보다 본질적으로 살펴야 할 문제는 혹 없을까. 우리 대학들은 거의 같지 않은가. 이름만 달랐을 뿐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트렌드와 유행을 좇아 서로 흉내만 내고 있지는 않았을까. 교육부의 지원에 기대고 지침을 따르느라 저마다 특별함을 혹 잊은 것은 아닐까. 대학뿐일까.

지역이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 균형발전은 말뿐인지 온 나라는 수도권 소식에만 집중하고 있다. 인구위기를 가늠하는 인구소멸지수가 있다. 20세에서 39세 사이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지수가 0.5 이하면 소멸위험, 0.2 이하면 소멸고위험으로 읽는다. 경북에는 23개 시군 가운데 군위, 의성, 청송, 영양, 봉화, 청도, 영덕 등 7개 지역이 소멸고위험, 그 밖에 12개 지역이 소멸위험으로 구분되었다. 포항도 0.63으로 주의단계에 처하여, 현재 진행중인 ‘포항시인구 51만회복운동’의 계기가 되었다. 수도권집중 현상과 인구감소 상황이 가져온 전국적인 문제이겠지만, 지역은 스스로 문제의 근원을 살펴야 한다. 중앙정부 정책을 수동적으로 따라오느라 지역의 특색을 살리지 못한 부분도 혹 있지 않을까.

대학도 지역도 본질을 회복하여야 한다. 대학은 대학마다 특성을 찾아내어 다른 대학들과는 분명하게 다른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전공영역에서 남들과 다른 특화된 부분을 찾아야 하며, 교육철학과 교과과정 등에서도 분명히 다른 지향점과 접근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아무리 멀어도 독특한 무엇을 가진 대학에는 학생들이 찾아오게 된다. 구미 각국의 대학들이 모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모습에서 배워야 한다. 전공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 담아 백화점식 운영을 하는 특색없는 비차별적 대학경영은 인구감소와 함께 그 운명을 다하였다.

지역은 어떨까. 인구숫자도 급하지만, 우리 지역이 매력을 가지지 못하는 까닭부터 찾아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떠나는 이유를 물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며 삶을 영위하게 할 것인지 궁리하여야 한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색있는 문화가 보이고 꿈을 실어 매진할 수 있는 독특하고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떠나지 말라고 애원할 게 아니라 떠나지 않을 까닭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지역을 벗어나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친지들이 고향을 찾아 돌아올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남들에게 다 있는 무엇으로 할 게 아니라, 다른 곳에는 없는 매력을 구사해야 한다. 숫자보다 본질을 돌아보아야 한다. 지역이 살아야 나라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