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존 마크 램지어(J.M.Lamseyer)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18세까지 일본에서 자랐고 현재는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이다. 그는 하버드대학 일본 미쓰비시 연구 기금 교수이다. 미쓰비시는 일제 강점 시 조선 노동자를 강제 징용시킨 대표적 기업이다. 그의 ‘태평양 전쟁 시의 성 계약’이라는 논문의 골자는 일본 종군 위안부제는 자발적 매춘 행위이며 일본 정부와는 관련 없는 민간의 계약 사업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그의 편파적 망언이 논문이라는 이름으로 게재된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램지어의 이 같은 주장은 종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양식 있는 내외의 학자들까지 비판하고 있다. 대구에 생존해 있는 이용수 할머니뿐 아니라 종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었다. 미국의 한국사와 일본사를 전공한 학자들까지 반론을 제기하고, 일본의 학계와 시민 단체들까지 그의 주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하버드 대학의 총장은 ‘학문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관했지만 논문에 대한 계속되는 반발 앞에 그 입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급기야 미 하원에서도 램지어의 주장은 보편적인 인권에 반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회과학 논문도 과학적 사실에 근거할 때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램지어는 당시의 지원자와 민간 운영 업자 간 계약서를 통해 자발적 매춘행위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종군위안부는 일본 정부나 군 당국과는 무관한 자유 계약이라는 게임이론으로 본질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 하에서 식민지 조선에서 계약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 증거도 없다. 그의 주장은 일본 관방장관 고노의 1993년 위안부모집에 군 개입을 인정한 담화에도 배치된다. 그는 조선에서의 위안부 계약서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했다. 그는 ‘실수’는 인정했지만 불행히도 논문의 철회의사는 없는 듯하다. 특히 특정이념이나 단체의 입장을 옹호하는 그의 논문은 일종의 정치 선전물이다. 더욱이 미쓰비시 기금을 받고 일본 극우의 입장을 대변하는 그의 논문은 진실성(integrity)을 상실했다. 그는 일본 간토 대지진 시 조선인 대학살 사건도 조선인의 책임이란 취지의 글을 쓴 적도 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그의 주장은 논문으로서 생명이 없다. 서방 선진 자유 국가의 논문은 언제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물론 그의 입장을 옹호 지지하는 학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의 편향된 이번 논문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적 이익 목적의 논문은 비판을 통해 폐기되었다. 과거 유신체제를 옹호한 H, G 교수의 입장은 당대뿐 아니라 아직도 법학계의 오점으로 남아 있다. 전두환 정권 시절 모 대학 토목과 교수의 북한 금강산댐의 서울 수공작전에 대비한 평화댐 건설 프로젝트는 사실을 부풀린 허위임이 드러나 폐기된 적도 있다. 공익과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학자의 논문은 반드시 검증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일본 극우 입장을 대변하고 아시아 여성 인권을 유린한 램지어의 논문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우리 학계도 지혜를 모아 총력 대응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