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항 동해면민복지회관 소장 김명옥
야학 교사·웃음치료 등 27년째 활동
‘포항 남구 대표 봉사 여왕’ 으로 불려

김명옥 포항 동해면민복지회관 소장
김명옥 포항 동해면민복지회관 소장

“이제는 일상생활이 봉사활동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남을 도우려고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나 자신의 생활을 정갈하게 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명옥 포항 동해면민복지회관 소장은 27년째 동해면에 거주하면서 새마을 부녀회와 새마을 문고 활동을 시작으로 동해석곡도서관, 열린학교, 요양병원 등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 소장은 봉사활동을 위해 웃음치료사·요양보호사 등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아 온 성실한 활동가다.

바쁜 와중에서도 그가 봉사의 일상을 놓지 않는 바탕에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그리고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는 성경 말씀이 가슴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포항 남구 대표 봉사 여왕’으로 불리는 김 소장을 지난 1일 만나 봉사자의 역할과 근황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 현재 어떤 일을 하는지?

△동해면민복지회관에서 평생학습 강의 계획과 복지회관 업무 전체를 관리한다. 이곳 복지회관은 2016년 12월에 개관하여 이듬해 2월부터 어르신 중심의 강의가 진행되었다. 서예, 요가, 노래 교실, 사물놀이, 창의 전래놀이, 캘리그라피&천아트, 라인댄스, 미술, 국학 기공, 하모니카, 오카리나, 나의 사진 일기 등의 수업과 정보 이용 교실, 탁구장, 체력단련장을 운영하면서 동해면민들의 즐거움과 건강지킴이 역할을 수행해 왔다.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되는 탁구장과 체력단련실은 직장인들의 좋은 휴식공간이자 어르신들의 건강관리에 꼭 필요한 운동의 장이다.

-어떤 봉사활동을 하고 있나?

△석곡도서관 자원봉사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서고를 정리하고 주민들과 학생들의 열람실 이용을 돕는 일이다. 이 일을 위하여 도서 분류법 등을 배웠으며, 새마을 문고 활동을 같이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도서교환 행사와 독후감 쓰기 등을 독려하여 동해면에 거주하는 학생들과 면민들의 정서함양과 책 읽는 습관 갖기 등의 문화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였다.

포항 유일의 야학인 ‘포항열린학교’에서 6년째 야학 교사를 하고 있다. 배워야 할 시기에 경제적 여건 및 사회환경에 의해 배움을 포기했던 아픔과 배움의 목마름에 고민하던 어른들이 야간에 학교에 나와 중, 고등과정 검정고시를 공부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교사로 봉사하는 분들도 대부분 직장인이며, 저녁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두 시간 동안 수업을 한다. 한글을 깨쳤다고 연필로 정갈하게 쓴 편지를 받았을 때, 검정고시 시험에 합격하고 문자로 감사 인사를 받았을 때는 더욱 보람을 느낀다.

-그 외에 어떤 활동을 하는가?

△웃음치료사로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위덕대 치매 관리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였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하였다. 그렇게 자신을 준비시킨 다음에 내가 도울 대상자들께 다가갈 수 있다. 시설에서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과 함께 노래하며 손잡고 춤을 추기도 하고, 색종이 접기와 그림 그리기 등의 활동을 하다 보면 몸은 지치지만 기쁨과 감사함을 느끼면서 배운다. 보통 두 시간 정도 프로그램을 하는 데 어르신들이 지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감동을 받기도 하지만, 안타까울 때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하여 이 모든 활동이 중단된 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2014년부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독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모임을 통해 책을 읽고 깨닫고 적용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매주 토요일 아침 6시 30분 지정된 장소에 모여서 지정 도서 혹은 자유 도서를 읽고 토론하며 혼자 하던 독서의 부족함을 채우고 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초록이라는 책 정리 방법과 로드맵 만드는 법 등을 배웠다. 독서 모임을 통하여 좋은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생겼다.

-인생의 목표가 있다면?

△처음 자기개발서를 읽으며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그 생각이 확장되어 내 주변도 나만큼 행복하게 물들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피어 /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 말하지 말아라 /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 결국 풀밭이 온통 /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는 시처럼 나 하나로 세상이 얼마나 바뀔까를 생각하면 매우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우리’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목표를 ‘우리’가 되어서 이루어 보려고 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로 인하여 복지관 문을 닫게 되고 주민들과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탁구장의 탁구공들과 체력단련실의 운동기구들이 긴 잠을 자고 있다. 정지된 듯한 그 시간 속에서도 우리 복지회관 자원봉사선생님들은 수시로 모여서 복지관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마스크를 만들어 마을 어르신들께 나누어 드리고, 마스크스트랩을 직접 짜서 선물하는 봉사를 꾸준히 해 오고 있다. 코로나19 예방 백신과 함께 긍정적인 뉴스들을 마주하는 요즈음이다.

마비되었던 생활들이 2021년 봄을 맞아 눈 속에서도 추위를 이겨내며 피어나는 매화꽃처럼 당당하게 회복되기를 소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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