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 <br>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떠오르는 해를 보면 늘 가슴이 벅차다. 바다나 산에서 맞이하는 해돋이는 탁 트인 시야와 여명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기에 느낌과 감동이 더 크다. 강변이나 들녘, 도심에서 보는 일출도 또 다른 감흥이 생기기는 마찬가지다.

해맞이 장소 어딜지라도 솟아 오르는 해를 보면 누구나 마음이 차분하고 경건해지며 시나브로 밝아지는 장관 앞에서 형언할 수 없는 마음의 파문이 여울짐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해 첫날의 해맞이를 위해 등고산망사해(登高山望四海)로 의미를 되새기는지도 모른다.

아침에 떠오르는 해가 장엄하다면 저녁에 지는 해는 안온하다. 찬란한 아침해가 뜸으로써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은은한 저녁해가 짐으로써 하루를 갈무리하게 된다. 누구나 여명과 부신 햇살 속에서 하루를 시작해 저마다의 위치와 환경에서 움직이고 활동하다가, 서녘에 어리는 노을빛 속에 그 날의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렇게 해와 달, 별들의 운행에 따라 우리는 어제를 보내고 오늘을 살아가며 내일을 맞이하게 된다.

춘분이 다가와선지 낮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다. 필자는 거의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요즘은 철강공단 위로 떠오르는 해와 형산 너머로 지는 해를 보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수 일째 그렇게 강변을 달리며 먼동이 틀 무렵과 노을피는 하늘빛을 보면서 불현듯 아침과 저녁은 시작과 끝이 따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저녁의 여유로움으로 얼마든지 넉넉하게 시작할 수 있고, 저녁에도 아침 같은 신선함으로 충분히 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도/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다시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 신영복의 언약 ‘처음처럼’ 중.

아침은 시작의 다른 말이며 저녁은 마감의 또다른 이름이다. 아침과 저녁은 상이하면서도 상통한다. 아침은 밝음과 움직임의 현상을 낮이라는 얼개로 보여주고, 저녁은 어둠과 침잠의 적요를 밤이라는 휘장으로 두른다. 아침은 저녁으로 이어지고 낮은 밤을 기약하기에 아침이 곧 저녁이고 저녁은 새로운 아침을 품으며 물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무렵에도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지없이 요동쳐도 만물엔 물이 오르고 삶의 욕구 꿈틀거리는 새봄이 시작됐다. 흐르는 시간 속에는 시작과 끝이 없고 소소히 반복되는 일상과 생이 있을 뿐이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무수한 처음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시작인지도 모른다. 경계와 구분 상 시작과 끝이라 하지만, 기실 끝은 또다른 처음으로 이어지고 시작은 미지의 종착을 향한 새 출발이니, 시작이 좋으면 끝이 좋고 피날레가 잘 돼야 처음이 아름다워지는 법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은 늘 설레고 기대되며 도전과 열정은 삶과 꿈을 춤추게 하는 것이다. 3월의 시작 새로운 출발! 꿈나무들의 입학과 진학, 입사와 사업의 시작에 희망 가득한 봄햇살이 비춰서 꿈과 뜻이 뭉근하게 싹과 꽃으로 피어나길 염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