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포럼에서강연
“이 나라 어떤 단위가
지금 국정농단을 하고 있어”
“국민의힘은 지피지기 중
知彼도, 知己도 못한다” 비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5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태와 관련, “신 수석이 ‘거취를 일임한다’고 한 것은 대통령이 결단하라는 얘기이고, 대통령이 휘둘리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공동대표 강석호) 세미나 강연에서 “(신 수석 사태를 보면)이 나라 어떤 단위가 지금 국정농단을 하고 있고, 대통령은 ‘노(no)’라고 말하지 못하고 끌려가고 있다.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세워놓고 그냥 (여당)자기들이 다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진 전 교수는 특히, 24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시대는 지났다”라고 한 표현을 들며 “그 말 듣고 ‘와, 대단하다’ 싶었다. 막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현재의 보수정당으로 정권교체가 되기를 원치 않으며, 다른 지형으로 짜여져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은 전체주의적 방식으로 소통하고 커뮤니케이션하며, 프레이밍을 짜놓고 대중을 끌어들인다. 이들은 아예 자유민주주 방식의 소통을 차단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감추고 있다. 이 지점에서 가장 화가 난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내놨다. 그는 “이 당(국민의힘)은 지피지기 중 지피도, 지기도 못한다. 특히, 자기 객관화 능력이 없어 야당임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으로 착각하고 중도층 생각을 안 한다”고 했다.

이어 “입에서 그놈의 좌파, 빨갱이, 사회주의 같은 표현을 떼고 말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며 “저들은 좌파가 아니라 그냥 잡것인데, 엉뚱한 데 융단폭격을 하다 보니 제대로 된 비판이 안 되고 저 사람들을 아프게 하질 않는다. 팩트를 가지고 합리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현 집권당은 오랫동안 운동권으로 있으면서 선전 선동의 기술과 프레이밍을 배워온 귀재인데 반해, 야권에선 이들을 이길 전략이나 감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은 프레이밍, 넛지, 스토리텔링 등 세 가지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여당은 프레이밍의 귀재이고, 이 프레임 안에 들어가면 일단 진다”고 했다. 그 예로 바둑판을 들었다. 바둑판의 천재는 커제나 이세돌이 아니라 바둑판을 만든 사람이라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이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 잘한다. 기본소득이라는 이슈를 일단 던지고 본다. 이것이 실제로 되든 안 되든 이재명 지사는 잃을 게 없다. 다른 사람들이 이에 대해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의 주장틀 안에서 놀게 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진 전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여당을 이기려면, 사실과 원칙에 입각한 비판을 하고, 과도한 비판을 자제하고. 비난받을 만큼만 비판하는 자세를 유지해 장기적으로 정치적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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