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 록

장독 두껑 열 때마다

항아리 속 묵은 시간에다 인사하지

된장 고추장이 얼마나 제 맛에 골똘한지

손가락 찔러 맛보지 않고는 못 배기지

술 항아리 본 적 있을 거다

서로 응원하느라 쉴 새 없이 조잘거리던 입술들

장맛 술 맛도 그렇게 있는 힘 다해 저를 만들어가는데

글쓰고 애들 가르치는 사람은 말해 뭣 하것냐?

그저 몸과 맘을 다 쏟아야 한다

무른 속살 파먹는 복숭아벌레처럼

턱만 주억거리지 말고

장독 속에서 최선을 다해 자기를 녹이며 발효되는 된장 고추장처럼, 술독 속에서 누룩과 밥알들이 서로 뭉개면서 최선을 다해 익어가는 술처럼 교육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교사의 역할을 하라는 어머니의 당부를 섬세하고 따스한 필치로 옮겨놓은 시인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