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하전 포항시의회 의장
박문하
전 포항시의회 의장

얼마전 경남 김해의 화훼농가에서 각종 축하 화환용 꽃으로 사용되는 거베라 1만 송이를 불태우는 일이 있었다. 땀흘려 정성스럽게 키운 꽃들을 불태우면서 한결같이 ‘코로나19는 언제 끝나느냐’고 한숨지으며 여러 행사와 축제, 특히 졸업식이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졸업식이 없어진 것에 대한 화훼 농민들의 아쉬움도 적지는 않겠지만 더불어 졸업식장의 명연설을 들을 수 없는 많은 소시민들의 아쉬움 역시 없지는 않을 듯하다. 무엇보다 사회 초년생이 되어 새 출발하는 졸업생들에게 들려주는 축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몇 년 전 미국의 시사잡지 ‘타임’은 전 인류를 감동시킨 졸업식 명연설 ‘베스트 10’을 선정한 바 있다.

여기에는 우리의 심금을 울렸던 불멸의 축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하나가 2005년 6월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가 행한 명연설이다.

입양과 대학중퇴, 실패와 배고픔에 대한 자신의 삶을 담담히 들려주며 삶을 낭비하지 말고 자신의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라는 말로 끝을 맺는 14분 동안의 명연설은 당해년도 모든 대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축사로 남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말더듬이 학습장애인으로 학교에서 꼴찌를 한 세계 제2차 대전의 영웅이자 영국의 위대한 정치인 윈스턴 처칠의 1941년 런던의 헤로스쿨에서 행한 축사이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절대, 절대로. 대단한 일이건 아니건 명예로움과 분별에 확신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역설하여 졸업생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흑인여성들에게 존경의 표상인 오프라 윈프리는 ‘실패했을 때 자신에게 질문하세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아닌, 이것이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는가’라는 말을 남겼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살찐 돼지보다 야윈 소크라테스가 되라’와 노벨상의 산실이자 자유로운 학풍의 상징인 교토대의 ‘공술을 먹지말라’는 명연설도 유명하다.

재작년 서울대 졸업식에서 방탄소년단의 아버지로 불리는 방시혁 빅히트 대표는 ‘너무 큰 그림을 그리지 말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인상적인 축사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모든 졸업식마다 명연설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졸업생 앞에서 ‘명문대학에 가야하고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하면 실패’라는 식의 시대착오적인 축사를 하여 빈축을 산 경우도 없지는 않다.

인생의 교훈이 담긴 졸업식의 명연설은 인생의 백신과도 같아서 비단 졸업생이 아닌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깊은 의미를 지닌 말들이라 항상 감동으로 다가온다.

고개 숙인 졸업생들의 어깨를 감싸주면서 작은 실패에도 좌절하기 쉬운 졸업생들에게 ‘결코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라’는 용기를 북돋워주는 명연설을 듣고 싶다. 그 안에 양념같이 따뜻한 사랑이 곁들여 지고 열정과 희망이 포함된다면 더욱 멋진 축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 졸업식의 명연설을 꼭 한번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