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현 숙
뼈대 없이
옮겨 다니는 건
살이 닳는 고통뿐이다
걸친 것 없는 한 몸뚱이를
세상이 먼저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나를 가려주는 건
한두 겹옷, 헐렁한 집뿐이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집채만 한 체면과도 늘 동행이다
내가 들통나지 않는
허술한 그늘 속에 돌아누울 때
때때로 꿈꾼다
작열하는 저 태양 속으로 뛰쳐나가
내 온전한 살 뜨겁게 달아오르며
목숨의 한때를 맛있게 굽고 싶다
바람에 흐느적거리는 저 잡풀같이
달팽이는 딱딱한 껍질의 집을 메고 평생을 그늘 속에서 느리고 갑갑한 한 생을 살다 간다. 어쩌면 우리네 한 생도 달팽이 같은 삶은 아닐까. 살면서 겪는 세상의 질곡을 오롯이 보듬고 묵묵히 생의 끝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나약한 존재일지 모른다. 존재 성찰의 겸허한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