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덕군에 건설할 예정이던 천지원전 1·2호기 사업에 대해 백지화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8일 산업통산자원부가 영덕군으로 공문을 보내 “천지원전 개발사업예정구역 지정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영덕군의 의견을 물었다. 또 이 사업을 추진할 한국수력원자력도 이사회 결정 등에 따라 산업부에 천지원전 예정구역 지정고시 해제를 산업부에 요청해 천지원전 건설이 사실상 무산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시작된 천지원전에 대한 백지화 작업은 이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2012년 영덕군 석리, 매정리, 창포리일대 324만㎡를 원전건설지로 고시한 지 9년만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믿고 순응해 왔던 주민들의 처지가 난감해졌다. 그동안 원전건설 백지화 반대 등 수차례 총리실과 한수원을 오가며 항의를 했으나 주민 의견이 반영된 것은 하나도 없다.

정부 시책에 따라 주는 것이 국민 된 도리로 알고 원전건설을 수용했던 주민이 정부 시책이 바뀌면서 이제 와 또다시 피해자가 된 것이다. 9년동안 원전건설지 고시로 재산권 행사가 제한돼 왔을 뿐아니라 일부 보상을 받은 주민들은 보상금을 다 써버려 지금 와서 토지를 돌려준다 해도 환매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영덕군과 군의회가 주민피해 보상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은 그나마 주민에게 위안이 된다. 영덕군은 산자부에 보낸 공문을 통해 “정부의 원전추진 및 백지화로 10년간 재산권 침해와 주민갈등의 피해가 아직 남아 있다”며 “예정구역 지정해제를 예정구역 지정고시처럼 법률에 따라 추진해 줄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영덕군은 원전건설을 수용하면서 원전 자율유치특별지원금으로 받은 380억원의 예산도 반납해야 할 처지가 됐다.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빚어진 문제다.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주민 의견 청취와 주민이 수긍할 수 있는 피해 보상책을 정부가 먼저 제시해야 한다. 고시해제가 능사일 수 없다. 주민의 아픔부터 살펴보는 정부의 진정성이 중요하다.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 추진과정에서 빚어진 문제만이라도 제대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