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시 9년 만에 백지화 수순
3조7천억 혜택·지원 약속 ‘물거품’
이미 받은 380억도 반납해야
재산권 침해 등 피해대책 요구

그동안 영덕군은 천지원전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 갈등을 빚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천지원전 건설과 관련한 ‘원전부지 토지출입허가 불허’에 대해 이희진 영덕군수가 주민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북매일 DB

정부가 지난 2012년 지정·고시했던 영덕 천지원전 1·2호기 건설 예정지에 대한 지정 고시 해제 절차에 들어갔다. 2012년 9월 영덕읍 석리·노물리 일대를 천지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한 지 9년여 만이다. 천지원전 건설사업 예정구역은 영덕읍 석리·노물리 일대 324만㎡였다.

21일 영덕군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일 “천지원전 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 해제를 추진하겠다”며 영덕군의 의견을 물었다. 뿐만 아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도 정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 이사회 결정 등에 따라 천지원전의 예정구역 지정 고시해제를 산업부에 신청했다. 사실상 천지원전 건설 백지화 수순에 들어간 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1년 영덕읍 석리, 매정리, 창포리 일대를 원전 건설 예정지로 정하고 2012년 9월 고시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2018년 6월 천지 1·2호기 등 총 4기 원전 건설 백지화를 의결한 바 있다.

산업부는 최근 영덕군에 보낸 공문에서 “천지원전 예정구역 지정 고시해제를 위한 토지 명세서 작성 등 제반 조치에 영덕군이 협조하고 ‘문의나 의견이 있을 경우’ 18일까지 회신해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조만간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고시해제를 심의·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지정 고시가 해제되면 천지원전 건설사업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천지원전 건설사업이 불발되면 정부가 영덕군에 약속했던 3조7천억원에 이르는 지원금과 혜택도 없어지게 된다. 아울러 영덕군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원전 자율 유치 특별지원금’ 명목으로 받은 380억원도 반납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 하락도 불가피하다. 한수원은 지정 고시가 해제되면 천지원전 전체 부지 가운데 2016년 7월까지 매입한 61만5천264㎡(419억원)를 환매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영덕군과 영덕군의회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덕군과 영덕군의회는 “원전 고시지역 해제를 추진할 때는 주민과 이해 관계자인 편입토지 지주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최초 사업추진 절차와 똑같이 군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민 의견 수렴, 미보상 토지 대책 마련, 피해 보상 관련 특별법 제정, 원전 자율 유치 특별지원금 380억원 사용 등 정부의 원전 추진과 백지화로 재산권 침해 및 주민 갈등이 발생한 만큼, 피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시민단체인 천지원전 비상대책위원회도 “원전 예정구역 지정고시를 한 2012년 9월 14일 이후 개발행위제한 등으로 재산권이 제한됐음에도 산업부는 지주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있다”며 “사유재산권 제한에 대한 손해배상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박순원·박윤식기자

    박순원·박윤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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