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동 확

잘 가라 내 청춘

미친개들의 입에서 입으로 뺏고

빼앗기며 핥고 깨물어도

아직 삼켜지지 못한

뼈다귀 같은 슬픔뿐이어도

제대로 된 긴 전망 하나 없이도

끄떡없이 저 피의 세기를 건너왔느니

끝내 신원 될 기약조차 없이

생매장된 검은 기억의 꽃밭 위를 맴돌다가

금세 날아가버린 나비처럼

나의 눈길은

저 언덕 너머 양떼구름을 쫓고 있느니

검고 윤기나던 긴 머리칼 한번

뽐내지 못한 채 죄 없이 쥐어뜯다가

어느새 새하얗게 세어버린 청춘의 날들이여

(….)

잘 가라 내 청춘

다가오는 날들이 결례 같은 죽음뿐일지라도

무작정 떠밀려온 채 살아 애쓰는

여기가 나의 거점

그때 그 패배와 나락의 순간들이 없다면

이토록 깊고 서늘한

사랑의 완성을 꿈꿀 수 없으리

중년의 나이에 든 시인은 치욕과 어둠, 패배와 나락, 죄의식과 굴종, 절망과 혼돈의 시간과의 고별을 선언하고 있음을 본다. 청춘의 시간을 사로잡았던 시간을 벗고 새로운 생의 지평을 열어갈 것을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