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태 준

아이가 공을 몰고 간다

공이 아이를 몰고 간다

아이는 고개를 까딱까딱

흔들고

공은 배꼽을 내놓고

구르고

공중은

한번은 아이를

한번은 공을

둘러업는다

달밤까지

아이가 공을

공이 아이를

몰고 간다

저곳까지

공이 멈추고 싶어 할 때

아이가 멈추고 싶어 할 때

공과 아이는

등을 구부려

둥글게 껴안는다

시인은 아이의 공놀이를 바라보며 인생의 평범한 진리 하나를 발견한다. 공을 따라가고 공을 엎기도 하며 공을 안고 둥근 공과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은 둥글기 짝이 없다. 각이 지고 모가 나서 관계가 불편해지고 화합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세계를 겨냥하고 있음을 느낀다. 서로 둥글게 연대하고 화합하는 인간관계를 염원하는 시인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