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 <br>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사람은 살기 위해서 먹을까, 먹기 위해서 살까? 이에 대한 논쟁은 수도 없이 해왔고 계속되고 있지만, 각자 나름의 취향이나 주관에 따라 받아들이고 추구해 나가면 편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을 비롯한 온갖 유기체는 생리구조 상 음식물을 섭취하고 배설하는 신진대사 작용이 있어야만 최소한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은 적어도 먹어야 살 수 있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먹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먹음으로써 움직일 수 있고 기력이 있어야 제반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먹는 것은 인간생활의 중요한 요소이며, 의식주와 함께 인류역사학적으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먹는다지만 그것을 통칭하면 먹거리이고 달리 보면 음식문화나 정서적인 산물인 것이다. 그만큼 음식을 만들고 준비하고 먹고 마시는 과정에는 많은 생각과 사연과 풍습이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음식에는 지역적인 특색과 삶의 양식이 더해져서 독특한 맛과 향으로 눈요기를 자극하는지도 모른다.

음식은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근간이자 정과 얼이 버무려진 고마운 양식(糧食)이다. 잘 먹어야 잘 산다는 말처럼, 우리는 음식을 먹고 자라며 음식을 통해 인심과 밥상머리 교육을 받아왔다. 단순히 배만 채우는 밥이 아니라 밥상을 통해 알게 모르게 인성과 예절을 배우고 터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어머니께서 차려 주신 두레밥상을 대하며 우리는 슬기를 발라내고 뚝심을 길러내며 가족을 위해 험난한 세상의 밥상을 온전하게 차려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평소 음식에 대해 많은 관심과 미식가를 자처하는(?) 필자로서는 일전에 방영한 ‘한국인의 밥상’ 특집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시청했다. 지난 10년간 전국의 방방곡곡을 돌며 80천여 가지의 향토음식을 소개한 대장정은, 기억마다 계절마다 사람을 만나고 음식에 얽힌 많은 얘기와 추억이 서린 아름다운 여정이었다. 그렇게 보듬고 장만한 음식에는 각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었고 정성을 더하고 아픔을 달래며 위로와 감사를 나누는 진정한 사랑의 손맛이었다. 건강과 장수에 직결되는 음식을 잘 먹어야 무병과 노화지연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과일, 채소, 생선, 견과류, 통밀, 올리브유가 풍부하고 건강과 장수에 이로운 식단으로 정평이 나 있는 ‘지중해식단’을 한국형 장수식단으로 특성화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먹는 것에 대한 연구와 건강식, 균형 잡힌 식단, 식이요법 등으로 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은 인류의 희망사항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밥을 먹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밥 한끼에 얽힌 그리운 추억과 잊지못할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가난했던 시절의 음식에는 큰 지혜가 배어 있고 추억의 맛과 향이 진하게 우러난다. 애틋해서 고마운 밥상, 힘들 때는 힘찬 응원가였으며 어려울 땐 가슴 찡한 위로로 다가오는 소중한 추억 나눔의 음식은 함께 했던 시간의 행복한 기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