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영 철

참 염치없는 소망이지만

다음 생애 딱 한 번만이라도 그대 다시 만나

온갖 감언이설로 그대 꼬드겨

내가 그대의 아내였으면 합니다

그대 입맛에 맞게 간을 하고

그대 기쁘도록 분을 바르고

그대 자꾸 술 마시고 엇나갈 때마다

쌍심지 켜고 바가지도 긁었음 합니다

그래서 그래서

지금의 그대처럼 사랑한다는

말도 한번 못 듣고

고맙다는 말도 한번 못 듣고

아이 둘 온 기력을 뺏어 달아난

쭈글쭈글한 배를 안고

그래도 그래도

골목 저편 오는 식솔들을 기다리며

더운 쑥국을 끓였으면 합니다

끓는 물 넘쳐 흘러

내가 그대의 쓰린 속 어루만지는

쑥국이었으면 합니다

평생 가난한 시인의 아내로 묵묵히 참고 살아가는 아내의 아픔, 애환을 들여다보며 시인은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을 고백적으로 적고 있음을 본다. 다음 생이 있다면 이생에서 자기에게 아내가 그러했듯이 자신이 아내가 되어 그를 위해 헌신하며 묵묵히 참고 살아가겠다는 심정을 피력하고 있다. 감동의 물결이 잔잔히 밀려옴을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