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윤석열 검찰 총장 만큼 유명해진 역대 검찰총장은 드물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역대 검찰총장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윤석열 총장은 지난 1년간 이 나라 뉴스의 중심인물임은 분명하다. 국회에서 추미애 장관을 향해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는 저돌적 발언은 한동안 회자됐다. 추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요구와 직무정지 신청은 두 사람 간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켰다. 검찰총장의 징계처분에 대한 행정 법원의 중지결정은 그를 업무에 복귀시켰고, 추 장관은 결국 사퇴했다. 윤 총장의 처신에 대해 정치권과 여론은 확연히 양분됐다. 여권은 윤 총장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검찰조직의 기득권 옹호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진보 진영의 여론도 윤 총장의 권력 핵심부를 향한 수사는 반정부적이며 반(反)검찰 개혁적이라고 낙인찍었다. 심지어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 총장이 문재인 정부를 궁지로 모는 것은 배은망덕이라고 질타했다.

결국 민주당 일각에서는 검찰총장을 국회에서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문 대통령의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총장’이라는 기자 회견 답변은 이런 기류를 덮어 버렸다.

야당과 보수층은 윤 총장의 정경심 사건 수사에 이은 월성 원전수사, 울산선거 개입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에 찬사를 보냈다. 지난 대선과 총선 패배로 무기력해진 야당은 윤 총장의 소신 있는 검찰권 행사를 적극 지지하였다. 보수 중도층은 추 장관의 위압에 저항하는 윤 총장의 소신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윤 총장의 대선 후보 지지도가 급격히 상승한 것도 그의 이러한 저항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중도 보수층의 민심은 윤 총장의 처신에 대리만족하면서 그가 내년 대선이라는 큰 정치판에 뛰어들기를 바라고 있는 듯하다.

윤 총장은 이러한 여론에 따라 과연 정치판에 뛰어들 것인가. 그는 국회 답변에서 ‘퇴임 후 국민을 위한 봉사 문제’를 생각하겠다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현재로서는 그가 정치의 길을 택할지는 아무도 모르고, 윤석열 본인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윤 총장이 임기 후 대선전에 뛰어든다 해도 성공하기는 어렵다. 과거 고건, 반기문 등 거물 관료들이 대선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정치는 조직이 뒷받침되고 이슈를 선점해야 하는데 윤 총장은 처음부터 정당 선택 딜레마에 처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 보수 지지층의 깜짝 지지율만으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총장의 임기는 이제 6개월 남았다. 윤 총장은 총장 사퇴 압박의 굴레에서 용케 잘 살아남았다. 그의 권력에 굴하지 않는 맹호출림(猛虎出林)식 처신에 여론이 일시 동조하는 것이지 그에 대한 항국적 지지는 아니다. 윤 총장의 다급한 책무는 대선을 향한 정치가 아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이다. 동시에 그 자신이 검찰 조직 이기주의에 함몰된 총장이 아님을 보여주어야 한다.

윤 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권력형 비리의혹에 대한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완수할 때 그에 대한 신뢰는 굳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