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진 경

눈발이 가득히

바람에 불려간다

허공이 거대한 모슬린천처럼

하얗게 겹쳤다 펼쳐지고

겹쳤다 펼쳐지고

그 너머로 나무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위태롭게 껌벅인다

나무가 악기인 것은

지워지지 않으려 온몸으로 울기 때문이다

나무들이 우는소리

능선을 넘어

온 산을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이룬다

나무가 악기인 것은

지워짐과 지워지지 않음을 넘어

전력을 다해 울기 때문이다

눈 갠 하늘 아래

기진한 나무들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녹아내린 눈이 가지 끝에 고드름으로 달려 흔들리며

풍경 소리를 낸다

나무가 악기인 것은

소리의 끝에서 무심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나무의 울음을 들어 존재의 세 가지 양상을 들려주고 있다. 자기 존재의 정립을 위해 온몸으로 우는 나무, 더 나아가 가기 확인과 확산을 위해 전력을 다해 우는 나무, 나머지 하나는 소리의 끝에서 무심한 나무에 대해 말하면서 인간이 추구하는 존재적 열망과 냉혹함과 초월의 정신세계를 일러주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