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내달 4일에 헬기 사격”
주민들 “협의 대신 돌발 통보
물리적 충돌 나더라도 싸울 것”
권익위 태도에도 비난의 화살

국방부가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에서 아파치 헬기 사격 훈련 강행을 통보하면서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28일 오전 수성사격장 입구에서 주민들이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지금이 군사정권인가! 서욱 국방부 장관은 사퇴하라!”

국방부가 포항 장기면민들의 가슴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예정된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 훈련을 유예하면서 주민들과의 협의를 강조했던 군 당국이 돌연 훈련 강행을 통보하면서 사그라들었던 민-군 갈등의 불씨가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더욱이 갈등의 중재자로 기대를 모았던 국민원익위원회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장기면민에게 실망감만 안겨줬다.

28일 포항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대표위원장 조현측, 이하 반대위) 등에 따르면 국방부 교육훈련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27일 오후 2시께 조현측 위원장에게 전화로 “29일에 정찰비행을 하겠다. 그리고 2월 초에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사격 날짜를 잡는다”고 말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과 소통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국방부가 갑작스레 태도를 바꿔 훈련 강행 의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오는 2월 4일 실제 헬기사격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못박았다.

조현측 위원장은 “박재민 전 국방부 차관을 비롯해 많은 국방부 관계자들이 주민 승낙 없이는 사격 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전혀 통하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국방부의 행동은 포항시민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이며, 이번 헬기훈련 강행 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의 기본 생활권 보장을 위해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조 위원장은 지난 21일 포항을 전격 방문해 중재자로 나섰던 권익위의 안일한 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장기면민들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권익위를 방문해 안준호 고충처리국장을 면담,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취소와 수성사격장의 완전폐쇄를 위한 고충민원을 신청하고 중재를 요청한 바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권익위가 이례적으로 민원 접수 이틀 만에 포항 수성사격장을 찾아 이해당사자간 회의를 주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음에도, 국방부는 일말의 거리낌 없이 훈련 강행을 선택했다.

조 위원장은 “권익위에 연락해보니, 사격을 안할 줄 알았다고 하더라. 자기들은 고충민원처리 전까지는 훈련을 하지 않을 줄 알았던 것”이라면서 “접수할 때까지만 해도 다 해결해줄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권익위의 업무 태만이 아닌가”라며 분개했다.

반대위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배포하면서 △2월 초 강행 예정인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완전중단 및 포항 수성사격장의 완전 폐쇄 △지역주민들과의 협의 없이 사격훈련 하지 않겠다던 약속 이행 △지역민의 고통과 어려움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강행하는 국방부 장관과 관계자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제 국방부 지역협력관은 현장에서 국방부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역 주민들과의 협의 하에 사격을 진행하기 위해서 국방부에서 수차례 협의를 하고자 했으나, 반대위 측에서 강하게 반대를 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전혀 협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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