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규 리

녹빛 바람 팔락거리며

낮은 수면을 건너면

수억 년 엎드린 언어의 기억들

가만히 촉수를 세우네

미생물 생명체

해오라기 먹이 늪으로

가지런히 정리되고 부화된 부리

샛노랑 무채색이네

먹이사슬에 채집되지 않은

곱디고운 눈빛들

억겁 세월을 견디며

알포로롱 밀어처럼

춤추게 하네

개망초 꽃

언덕 저편 촉수 푸른 숲

말캉말캉 길을 내며 어깨 걸고 가네

창공에 푸른 깃발 하나 내 거네

창녕의 자연 생태 늪인 우포늪에서 시인은 영원의 시간을 읽어 내고 있음을 본다. 그 속에서 수억 년 엎드린 생명의 언어를 발견하는 시인의 시안이 참 밝다. 억겁 세월을 견디며 철마다 변함없이 생명의 새순을 내밀며 푸르게 어우러지는 생명연대에 가 닿은 시인의 눈길도 마음도 푸르기 이를 데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