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오다가다’ 이현진 대표

바다의 매력에 빠져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포항 사랑꾼’이 된 이현진 씨.
바다의 매력에 빠져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포항 사랑꾼’이 된 이현진 씨.

서른셋.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은 나이도 아니다.

청년의 도전의식을 가진 33세 여성이 자신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영업해온 낡은 숙박시설을 깔끔하게 리모델링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신세대 숙박업소를 만들었다.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죽도시장 안에 자리했던 대구여인숙을 ‘오다가다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시킨 이현진 대표가 바로 그 사람.

21세기를 사는 20~30대 한국 청년들 중 해외여행 한 번 해보지 않은 이들을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들이 유럽 여행에서 주로 이용하는 숙박시설이 바로 게스트하우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지녔고, 또래 여행자들을 만나 우정을 나누는 매력 가득한 공간이다. 유용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덤.

2000년대 들어서며 한국에도 다양한 형태의 게스트하우스가 등장했다. 서울과 제주도는 물론, 그 외의 도시에서도 호텔이나 모텔, 여관과는 구별되는 독특함을 지닌 게스트하우스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

포항에도 ‘오다가다’를 포함한 몇 군데 게스트하우스가 있고, 이 숙소들은 전국 각지에서 포항으로 여행 온 청년들의 편안함 쉼터가 돼주고 있다.

겨울비가 내리던 지난주. ‘오다가다’ 이현진 대표를 만났다. 아래 그날 오고간 이야기의 알맹이를 옮긴다.

 

포항바다 매력에 빠져 직장 옮겨가며 정착
필리핀서 다이빙 강사 시절 운영 경험 바탕
죽도시장 오거리 뒷골목 오래된 대구여인숙
감각적 인테리어로 개성 넘치는 공간 꾸며
여행객들에 포항 진면목 알리는 역할 자처
“코로나 끝나면 상인 위한 이벤트·공연 열고
기념품 제작 등 문화콘텐츠 개발도 하고파”

□ 젊은 여행자 이현진, 포항과 만나다

이현진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혼자서 기차를 이용해 전국일주를 다니던 ‘용감한 여행자’였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동해는 물론 남해와 제주도까지 종횡무진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는 필리핀 등 아시아 여러 국가와 멀고먼 북유럽 덴마크까지 이 대표의 다녀온 여행지 리스트에 올랐다.

그랬던 그녀가 2007년 포항과 만난다. 구룡포 바닷속 풍경이 단숨에 이 대표를 매료시켰다. 그 기억을 잊지 못해 2012년 포항에 직장을 잡았다. ‘해양 생태복원’과 관련된 회사였다.

그게 포항 정착이었으니 벌써 9년째다. 회사를 그만두고도 포항에 머물고 싶었던 이현진 대표는 결국 게스트하우스 창업을 계획한다. 그녀가 말하는 포항의 매력을 들어보자.

“바다가 너무 아름답다. 또한 바닷가 어디서라도 서울보다 훨씬 싼 비용으로 주거를 해결할 수 있다. 거기에다 인근 산들도 근사하다. 포항에서라면 출퇴근길도 여행처럼 느껴진다. ‘삶이 곧 여행’이란 말이 실감으로 다가오는 도시다.”
 

오다가다 게스트하우스의 내부. 20~30대 젊은 여행자들이 좋아할 스타일이다.
오다가다 게스트하우스의 내부. 20~30대 젊은 여행자들이 좋아할 스타일이다.

□ 허물어져가는 여인숙, 매력적인 게스트하우스로 변신

30대 초반의 이 대표에겐 많은 돈도, 건축과 관련된 전문 지식도 없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바칠 태도가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게 죽도시장 내 대구여인숙을 오다가다 게스트하우스로 새롭게 탄생시키는 작업.

그녀에겐 필리핀에서 다이빙 강사로 생활하며 게스트하우스를 관리했던 경험이 있었다. 이 대표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를 일, 휴식,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은 그 세가지와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죽도시장 오거리 뒷골목.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대구여인숙 앞에 섰다. 처음엔 낡고 오래된 건물을 새롭게 재탄생시킨다는 기대감이 컸지만, 리모델링이 진행되면서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치기도 했다. 건물 안팎에서 물이 샜고, 전기가 차단되는 일까지.

그러나 앞서 말한 젊음의 열정과 땀방울을 아끼지 않는다면 못해낼 일이 있었겠는가? 당연한 답변이지만 없었다.

적지 않은 어려움과의 싸움 끝에 2019년 겨울에 오다가가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허물어져가는 여인숙을 감각적 인테리어로 꾸며진 게스트하우스로 변모시킨 이현진 대표는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이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여관이나 모텔과 달리 여행자들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거죠. 이전 세대의 숙소는 주로 잠을 자는데 사용됐지만, 오늘날 게스트하우스는 그 공간 안에 문화적인 요소를 결합할 수도 있고, 홀로 떠나온 여행에서 일행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여행에서의 낭만이 최대화될 수 있는 숙소 아닐까요?(웃음)”
 

오다가다 게스트하우스에 묵어간 손님들은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와 소품 칭찬에 입을 모은다. 전체적 분위기나 장식품 등의 아이디어는 이 대표의 여행 경험에서 나왔다. 덴마크에 살고 있는 동생의 아이디어와 아기자기한 소품 공수(空輸)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요즘도 청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빈티지 스타일(Vintage style)의 소품을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 계속 고민 중이다. 여기에 몇몇 공간은 옛 모습을 그대로 살려 혹시 모를 중년층 손님의 방문 시 추억까지 되살려준다는 게 이현진 대표의 복안.

그래서일까? 오다가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문 여행자들은 드라마 ‘호텔 델루나’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촬영장 같은 분위기가 난다며 좋아한다고. 커튼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 쓴 보람은 손님들의 이런 반응에서 빛을 발한다.
 

여관이나 모텔과 달리 여행자들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매력이죠. 이전 세대의 숙소는 주로 잠을 자는데 사용됐지만, 오늘날 게스트하우스는 그 공간 안에 문화적인 요소를 결합할 수도 있고, 홀로 떠나온 여행에서 일행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여행에서의 낭만이 최대화될 수 있는 숙소 아닐까요?

□ ‘포항 사랑꾼’이 알려주는 알짜 포항여행 정보

포항이 좋아 삶의 3분의1을 동해 곁에서 살아온 사람. 오다가다 게스트하우스의 젊은 주인 이현진은 누가 뭐래도 포항 사랑꾼이다.

만약 젊은 연인이 낭만을 찾아 포항에 왔다면 ‘요트 투어’와 ‘운하 산책’을 추천하고 싶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특히 석양 무렵의 요트 투어가 좋단다. 포항운하를 따라 걸어보는 것도 연인간의 정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어준다.

길 따라 곳곳에 자리한 포토 존에서의 사진 촬영은 청춘남녀에게 주어지는 보너스. 형산강 둑길을 따라 철마다 피어나는 유채꽃과 핑크뮬리, 국화와 코스모스도 근사하다.

포항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가 될 수 있도록 관광 인프라를 개선하는 건 이현진 대표의 바람. 아직은 포항 여행의 진면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는 것은 이 대표가 전하는 아쉬움이다.

현재 이현진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조그만 공연을 열고, 나이 지긋한 주변 상인들을 위한 이벤트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또한 오다가다 게스트하우스가 ‘문화 콘텐츠 개발자’가 되기를 꿈꾼다. 작지만 오래 기억될 여행 기념품 제작·판매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아래와 같은 옹골찬 비전을 들려주는 그녀의 미래가 주목된다.

“이제 겨우 1년 된 게스트하우스지만,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해주면 좋겠다. 지금처럼 우리 숙소를 찾는 여행자들이 행복해지고, 더불어 나도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갈 것이다. 코로나19는 빨리 사라지고, 여행자들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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