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경험 실태조사 결과
초 1.8%·중 0.5%·고 0.2%
등교수업 일정 줄면서
전체 피해 건수 줄었지만
SNS 등 통한 집단따돌림
폭언 등은 오히려 증가

#지난해 포항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김은지(14·가명)양은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단체 대화방(단톡방)에 초대를 받았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시간 동안 학교에 가지 못해 평소 보지 못했던 친구들과 단톡을 통해 연락할 수 있게 돼 기뻤다. 하지만 반가움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같은 반에 있는 한 친구와 다툰 후부터 친구들이 그를 향해 단톡방에서 폭언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가 단톡방을 나가면 친구들은 그를 다시 초대해 더욱 심한 말을 퍼부었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때문에 잠도 못 자겠다”며 “단톡 감옥을 피하기 위해 모든 SNS계정을 삭제할 예정이다”고 토로했다.

학교폭력도 언택트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학생들의 등교수업이 축소되면서 학교폭력 피해 건수는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SNS 등을 통한 사이버 폭력의 비중은 오히려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4일부터 10월 23일까지 17개 시·도 교육감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재학생 전체(약 357만명)를 대상으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조사가 이뤄진 시점은 지난해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해 유·초·중학교는 등교 인원을 3분의 1 이내로, 고등학교는 3분의 2 이내로 제한했을 때다.

조사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는 학생은 0.9%로 집계됐다. 2019년도 1차 조사(1.6%)에 비해 0.7% 감소한 수치다. 2017년(0.9%)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피해 응답 학생 수도 2019년 6만명에서 지난해(2만7천명)으로 55%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사이버 폭력과 따돌림의 비중은 더 늘어났다. 이는 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SNS 등을 통한 폭력은 더 증가했다는 것이다.

유형별로 언어폭력이 33.6%로 가장 많았고, 집단따돌림 26.0%, 사이버폭력 12.3%의 순이다. 전년도에 비해 다른 유형(신체폭력, 스토킹, 금품갈취 등)의 피해 비중은 감소했지만, 사이버 폭력과 집단따돌림은 각각 3.4%, 2.8% 각각 증가했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고학년으로 갈수록 줄어들어 드는 양상을 보였다. 초등학생은 1.8%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 0.5%, 고등학생 0.2%를 기록했다.

한효정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지표연구실 실장은 “사이버폭력과 집단 따돌림의 비중이 증가한 점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나타난 학교폭력 경험의 특징들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 강화를 위한 시행계획을 2월 중에 수립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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