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지 않은 어패류·해산물이 원인… 노로바이러스 얼음속서도 생존
조리된 음식은 가급적 바로 섭취하고 다시 먹을때는 끓여 먹어야

최근 포항에서 80대 여성이 전통시장에서 사 온 고둥을 먹고 장염 증상으로 구토 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둥에 들어 있는 독소가 어지럼증이나 구토와 같은 반응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나 구토 증상을 보이고 열이 나면 장염 진단을 받는다. 흔히 무더운 여름에 자주 앓는 질환으로 알지만, 오히려 겨울에 더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많은 사람이 장염을 여름철 질환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일 년 중 1월에 장염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015년 분석한 ‘감염성 장염 질환 월별 진료현황’에 따르면 장염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모두 525만명으로, 2011년(424만명)과 비교하면 4년 새 약 23.6% 증가했다. 장염 환자는 주로 6∼8월, 10∼12월에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1년 중 1월 진료인원(84만8천826명)이 가장 많았다. 장염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겨울철에 전염성이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포항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영호 과장은 “어패류나 회처럼 날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여기다 외식이나 배달 문화가 발달하면서 감염성 장염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저온에서도 번식력이 뛰어난 노로바이러스는 생존력이 강하고 전염성까지 높아 겨울철에 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성 장염은 세균(콜레라·대장균·이질·장티푸스), 바이러스(노로바이러스·로타바이러스), 원충(아메바) 등으로 인해 장에 염증이 생겨 복통이나 설사, 혈변, 발열과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 이 중에서도 노로바이러스는 얼음 속에서도 오랜 시간 살아 있을 만큼 생존력이 강하다. 몸속에 들어오면 12∼48시간 정도 잠복기를 지나 주요 증상이 나타나는데,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염되기도 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철 장염은 구토와 설사, 복통과 같은 일반적인 증상을 보이면서도 여름철 장염과는 달리 두통이나 근육통까지 나타날 수 있다. 24시간에 걸쳐 장염 증상이 이어지는데 오한과 발열 등을 감기로 오해해 항생제를 복용하는 사례도 있다. 항생제는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장에 좋은 유익균까지 죽여 장염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해야 한다.

사실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장염은 충분한 휴식과 함께 수분을 적절히 섭취하면 일정시간 경과 후 저절로 낫는 질환이다. 하지만 유·소아나 고령 환자, 만성질환자에게는 증상이 심한 경우가 많으며, 38도 이상의 고열이 하루 이상 지속되거나 하루 6회 이상의 심한 설사나 혈변,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될 경우 병원을 방문하는 게 바람직하다.

감염성 장염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위생관리를 생활화해야 한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일상에서 손 씻기와 같은 개인위생 관리가 잘 지켜지고 있지만, 장염 예방을 위해서는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는 노력도 필요하다. 식사 전에는 반드시 손부터 씻어야 한다. 손에 묻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음식물을 통해 입으로 들어가 장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리된 음식은 가급적 바로 섭취하고, 냉장고나 실내에 보관했다가 다시 먹을 때는 끓여 먹어야 한다.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해서 음식이 상하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오래된 음식은 섭취하지 않는 게 안전하다. 신선하지 않은 해산물을 먹고서 장염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위생 관리가 좋지 않은 식당을 이용하기보단 직접 식재료를 조리해 먹는 것이 좋으며, 길거리 음식을 먹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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