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법에 대해 드디어 문재인 대통령이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식약처·질병관리청 2021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방안을 당정이 함께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여야 정치권이 마주 앉아 벼랑 끝에 다다른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처지를 충실히 반영하길 바란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허점투성이 ‘졸속추진’은 안 된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강제한 조치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은 여야 간 이견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 구체적인 방안과 시기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이 있다. 여당은 입법을 통해 실행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다른 접근법을 주장한다.

나라 곳간지기인 홍남기 부총리의 “재정이 화수분이냐”는 항변에 정세균 총리가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질타한 뒤, 결국 문 대통령이 ‘보상법 추진’을 지시했다. 법제화에 대해 비판적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해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또 다른 차원에서 접근한다. 안 대표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노골적으로 관권, 금권 선거를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난하면서 “공론화 기구를 국회에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당장 숨넘어갈 지경인 영세 자영업자를 생각하면 신속하고도 실질적인 손실보상이 불가피하다. 안철수 대표의 아이디어처럼 소모적 싸움을 없애기 위해 국회에 공론화 기구를 설치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선거를 의식해 정치권이 ‘공치사(功致辭)’용으로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야말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국민의 처지를 악용하는 최악의 행태다. 여야 정치권이 원칙적으로 큰 이의가 없는 사안인 만큼 우리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선의 방안, 그러나 영세사업자들에게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을 넘어서는 효과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국민도 죽고, 나라도 망하게 만드는 어리석은 정략 놀음부터 접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