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연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무력화하려던 시도가 실패로 귀결된 뒤 여권에서 공언하던 제도적 검찰개혁이 ‘국가수사청 신설’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는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에 남은 6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을 신설될 기구로 이관하기로 방향을 잡은 모습이다. 검찰에 일부 기소권만 남기고 모든 수사권을 제거하겠다는 이 움직임은 ‘검찰 무력화’ 제2라운드가 시작됐음을 뜻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출범으로 3급 이상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는 공수처가 담당하게 됐다. 검찰에 남긴 6대 범죄를 신설이 예고된 ‘국가수사청’에 넘기고, 나머지 범죄는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담당하도록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 마지막으로 쥐고 있는 수사권까지 사실상 모두 타 기관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 출범으로 검찰 권력 분산과 권력기관 개혁을 바라는 국민 염원에 한 발짝 다가갔다”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속 가능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허영 대변인도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 등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고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그러잖아도 민주당·정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 국회의원 107명이 이른바 ‘사법 농단’에 연루된 임성근·이동근 부장판사 탄핵 소추를 제안한 일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 김진욱 공수처장이 자신의 차장 제청권과 관련해 ‘복수 제청’ 가능성을 언급해 독립성 의지에 새로운 의문이 일고 있는 판이다.

집권 여당의 노골적인 ‘검찰 무력화’ 움직임에는 여러 가지 우려가 따라붙는다. ‘수사권 분산’ 같은 중대한 제도변화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민주당의 접근은 아무리 봐도 졸속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검찰의 수사를 어떻게 해서든지 무력화하기 위한 불순한 책략을 ‘검찰개혁’으로 포장해내는 것이라면 이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승자독식’의 꿀맛에 취해 국회를 통법부(通法府)로 전락시키는 비극은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