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원<br>수필가
박창원
수필가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세운 현 정부 들어서 전직 두 대통령이 구속됐고, 그들은 아직도 옥살이를 하고 있다. 힘센 여당이 각종 개혁정책을 밀어붙이면서 국회의 생명인 ‘협상’은 실종돼 버렸다. 지금도 여야는 이런 저런 정치 이슈로 피 튀기는 싸움질을 하고 있으니, 지지하는 성향에 따라 국민도 편이 갈려 사회관계망서비스 상에서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갈등은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에 치명적이다. 사사건건 진영 간 싸움으로 번져 버리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아무리 논리가 옳더라도 그 주장을 하는 이가 우군이 아니다 싶으면 가차 없이 적의를 드러낸다.

보복은 보복을 낳는다고, 다음 선거에서 정권이 바뀌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벌써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전직 대통령의 구속이 어떻게 정치보복이냐고 따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해도 국민 중 최소 30%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을 부정하진 못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힘이 센 거대 여당이라면 자기편의 정치적 목표 달성에만 골몰해서는 안 된다. 반대편에 있는 30%의 목소리를 외면하고서는, 이들을 적으로 돌려놓고서는 진정한 의미의 개혁도 기대하기 어렵다. 상대 당을 국민이 부여한 정치 파트너로 인식하고 협상을 복원해야 한다. 때로는 통 큰 양보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새해 벽두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두고 우리 사회가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여당 대표가 먼저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냈고, 여당 내에서, 야당 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결국 사면권자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아직 말할 때는 아니며, 적절한 시기 되면 더 깊은 고민을 통해 결정할 것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하고 함으로써 논란을 잠재웠다.

여당 대표는 여당 대표대로,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셈법이 있겠지만, 꼬여 가는 정국을 푸는 해법으로서 사면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국민통합을 위한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가끔 텔레비전 화면에서 초췌한 얼굴에 수의를 입은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국민의 상당수는 그에게 내려진 죄의 경중을 떠나 몹시 안타까워 한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앞 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기구로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설치했다가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아무런 실적도 남기지 못한 채 해산되고 만 적이 있다.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는 건 실패한 그 위원회를 다시 설치하자는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민통합의 중요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념으로, 지역으로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를 새로운 가치로 통합하는 것이야말로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치행위가 아닌가. 대통령은 모름지기 갈등의 중재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2021년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이즈음에서 우리 정치는 숨을 한번 고를 필요가 있다.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하고, 타협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포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