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아파트 증여 9만1천866건 ‘역대 최다’… 전년비 43%나 늘어
대구도 두 배 급증… 전문가들 “세금 중과로만 매물 유도 어려워”

지난해 전국의 주택 증여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대구 지역도 주택증여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팔지 않고 가족에게 증여하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의 ‘2020년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 통계를 보면 9만1천86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가 공개된 이후 가장 많은 건수로, 전년(6만4천390건)과 비교해도 무려 43%(2만7천476건) 증가했다.

서울지역 아파트 증여 건수는 같은 기간 1만2천514건에서 2만3천675건으로 89%(1만1천161건) 폭증했다. 특히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선 고가 아파트가 몰린 송파구(2천776건)와 강동구(2천678건), 강남구(2천193건), 서초구(2천건) 등 강남4구에서 증여가 많았다. 경기(2만6천637건)와 인천(5천739건)도 각각 역대 최고의 증여 건수를 나타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부동산시장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도 증여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대구지역은 지난해 4분기(10∼12월) 아파트 증여 건수가 1천652건으로 전년 4분기(882건) 대비 두 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10월 365건, 11월 602건, 12월 685건 등으로, 전년 10월 252건, 11월 319건, 12월 311건보다 훨씬 많았다.

이처럼 증여가 많아진 이유는 세금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세금 압박에 다주택자들은 보유 주택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것.

정부의 ‘7·10 부동산대책’으로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은 오는 6월부터 기존 3.2%에서 6.0%로 오른다. 양도세 최고 세율은 이달부터 기존 42.0%에서 45.0%로 올랐다. 오는 6월부터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2주택자는 최고 65%, 3주택자는 최고 75%의 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증여세율은 10∼50%로 상대적으로 낮아 다주택자에겐 매도보다 증여가 더욱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대구에서는 정부 정책 이후 증여 건수가 급증하는 성향을 보였다. 7월 대구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전달 대비 285건이 늘어난 817건으로 급증했으며, 11’19대책 직후 11월에는 전달보다 237건이 증가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주택 증여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6월 종부세 고지서를 받기 전에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증여에 나서는 다주택자의 움직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증여취득세율을 기존 3.5%에서 12%로 높였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이 이를 웃돌기 때문에 증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대구지역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양도세 중과 수준이 크기 때문에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으로 나오기보다는 가족 등에게 증여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건의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 추가대책 긴급 제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의 ‘편법’ 증여를 방지하기 위해 조정대상지역에 증여세 할증 과세를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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