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시장 사람 ‘낙인’ 찍혀 인사 불이익 받을까” 우려에
힘든 부서 회피하는 젊은 공무원 늘어난 경향도 한 몫
기획예산과·문화예술과 등 일부 주요부서 희망자 전무

구미시가 2021년 상반기 인사를 모두 끝낸 가운데 읍·면·동과 사업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본청으로 발령받기를 꺼리면서 인사 발령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기획예산과나 문화예술과 등 일부 주요부서는 근무를 희망하는 신청자가 한 명도 없다. 공무원들에게 있어 본청 근무는 인사 승진 점수를 위해서라도 선호하는 것이 당연시됐는데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구미시의 경우 1년 6개월 정도 남은 시장 선거가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읍·면·동과 사업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내년 지방선거 결과를 지켜보고 본청 근무를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본청 근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내년 지방선거 결과를 지켜보는 현상을 일부에서는 ‘학습효과’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2018년 당선 초기 시청 주요 부서 공무원들을 전직 시장의 사람이라며 배척했고, 또 더불어민주당 인사들과 같은 당 시의원들은 이들을 ‘적폐’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몰아붙였었다. 장 시장이 공무원들에 대한 오해를 금방 풀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또 다르다는 것이다. 베이비붐세대가 곧 한꺼번에 정년을 맡게 되는 공무원 현실에서 또다시 전직 시장의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혀 배척당할 경우 인사에서 받게 되는 불이익이 매우 클 것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여기에 업무가 많고 힘든 부서를 회피하는 젊은 공무원들이 늘어난 경향도 한몫하고 있다.

총무과나 기획예산과처럼 업무가 많거나, 민원업무가 많은 업무에 발령을 내면 육아휴직을 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육아휴직의 경우 정부에서도 적극 권장하고 있는 정책이어서 간혹 업무 회피에 이용되더라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구미시 현재 총 휴직자 169명 중 육아휴직은 142명(남 25, 여 117)이다.

이에 대해 구미시 관계자는 “공직자로서 공무원이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럽고 죄송하다”면서 “공무원은 시민들이 뽑은 시장이 시민을 위한 정책을 잘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지 어떤 정당이나 개인을 위해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정치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들이 업무가 많고 힘든 부서를 회피하는 것은 그에 합당한 보상이 없기 때문”이라며 “남들보다 고생한 만큼 그에 합당한 인사 혜택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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