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수업이 달라요. 지금 학교에서는, 학교에서 수업도 얼마 안 했지만, 애들이 수업 시간에 다 자요. 왜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여기는 수업이 너무 재밌어요.”

지난 주말 산자연중학교에서는 입(전)학을 위한 겨울 예비학교가 열렸다. 참가 학생들에게 필자는 왜 입(전)학을 하려고 하는지 꼭 묻는다. 그러면 거의 모든 학생이 위와 같이 답한다. “수업 시간에 자도 괜찮니? 선생님들께 혼나지 않니? 수업 시간에 왜 자니?” 이 질문에 대한 답도 필자는 잘 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지만 역시나 답은 똑같다. 수업 붕괴를 보도하는 뉴스 내용을 필자는 매년 학생들에게서 직접 듣는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수업 붕괴의 강도가 해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는 친구를 깨우는 선생님은 거의 없어요. 어느 선생님은 애들 깬다고 아주 조용하게 수업하시기도 해요.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하면, 집중력이 없어서 그렇다고 집중하면 들린다고 하세요. 선생님 혼자 말씀하시고는 종 치면 바로 나가세요. 수업 정말 재미없어요.”

물론 모든 학교가 이렇지는 않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많은 학교 수업이 또 이렇다는 것이다. 교육청에서는 수업 질 개선을 위해 교사들을 대상으로 거꾸로 교실, 하브루타 수업 등 별별 수업 관련 연수를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연수가 늘수록 학생들의 수업에 관한 관심과 흥미는 더 떨어지고, 학교 붕괴는 극에 달한다는 것이다.

학교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업이다. 그래서 무너진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수업 혁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때 “교사들, 교실의 위기 맞서 ‘수업 혁신’ 나섰다”와 같은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뭔가를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꼬이기만 하는 실패의 블랙홀인 이 나라 교육계 특성상 결과는 걷잡을 수 없는 교실 혼돈뿐이었다.

그럼 수업을 바꿀 방법은 없는가! 당연히 있다. 혁신의 방향을 바꾸면 된다. 지금까지의 혁신은 교사 주도 혁신이었다. 그것은 마치 순리를 거스르고 역류하는 물과 같은 것이다. 혁신 수업을 보면 겉으로는 학생 중심 수업 같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오히려 더 교사 중심 수업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수업 혁신에 학생은 없다.

과연 수업의 주인은 누구일까? 물론 교사와 학생이다. 그런데 학생이 듣지 않는 수업은 아무리 좋은 수업이라고 해도 수업이 아니다. 혹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아는가? 필자가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 학생들은 재밌는 수업을 가장 원한다. 그래서 필자는 평교사 때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한 번 이상 크게 웃을 수 있게 하자!”라는 목표를 정하고 수업을 하였다.

교사도 즐겁고, 학생도 즐거운 수업! 이런 수업을 위해 다음과 같은 수업디자인을 제안한다.

“수업을 마치고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수업”

2021년부터는 학생과 교사 모두 잃어버린 즐거움과 의미를 되찾은 수업만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