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

정부의 25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미친듯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한해는 코로나19로 대부분 산업은 기나긴 어둠의 터널이었지만, 유독 아파트 분양시장만은 활기가 넘쳤다. 그동안 정부는 대출규제와 각종 세금 인상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내용을 담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상하게도 부동산 가격만 올려놓았다. 정부의 대책 이후 잠시 주춤하다 곧바로 반등세로 돌아서는 현상이 이어지며 ‘똘똘한 한 채’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더 양산했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지구로 묶으면 이른바 ‘풍선효과’로 인해 다른 지역들이 동반 상승하는 결과까지 나왔다.

대구 수성구의 경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 이후 부동산 가격은 고공행진했고 지난해 11월 조정지구라는 규제까지 함께 발동했지만, 범어동과 만촌동 등은 끝 간 데 없이 가격 폭등세로 정부대책에 응답했다.

심지어 수성구 인근의 경북 경산시 아파트 분양시장이 풍선효과로 인해 들썩이는 등 백약이 무효라는 말 그대로였다. 이후 수성구 아파트 매물은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씨가 말랐고 계약한 매매 물건마저 집주인이 2배로 위약금을 물고 취소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여기에다 매매 가격을 낮게 게시한 부동산 중개인에게 매물을 내놓지 말자는 현수막까지 나붙으며 일부는 소송으로 번지는 진풍경까지 나타났다. 이런 것을 종합하면 결국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헛심만 쓴 셈이 됐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만든 머리 좋은 국토부의 공직자들이 정말 부동산을 잡을 방법을 모르는 것일까, 의문이다.

정부의 수많은 대책에도 이 같은 이상한 현상이 반복되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대구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곧바로 막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한 방법이고 현재의 아파트 분양방식을 완공이나 시공 이후 분양하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분양권 전매는 지난 1999년 3월 IMF경제위기에 따라 최악의 상태에 빠진 부동산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국토부의 전신인 건설교통부가 발표했다. IMF를 졸업하지 20여년이 지났음에도 제한 범위만 일부 조정될 뿐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분양권 전매를 완전히 제한하면 부동산 투기자금이 들어설 수 없어 진짜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돌아가고 아파트 가격 급등세의 악순환도 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선 완공 후 분양제를 도입하면 살집이 필요한 이들로 부동산 시장이 재편되면서 투기를 목적으로 한 이들이 더이상 발붙일 방법이 거의 없다는 진단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건립된 아파트를 직접 볼 수 있어 모델하우스 건립비용이 없어지고 ‘억지 춘양격’인 발코니 확장을 비롯한 각종 부대설비 비용 등이 거의 사라지게 된다. 아파트 시행사도 최대한 분양가를 낮춰야 다른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기 때문에 분양 가격은 담당 구청이 조정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억제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다. 이 중 하나라도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다면 지금까지 발표된 어떤 대책보다 강력하다는 사실을 국토부는 모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