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초 선

그는

물에 닿으면 반드시 녹는다

그러나

젖은 제 몸의 향기를 지극히

사랑하는 까닭에

한순간의 생이

뜬금없는 거품일지라도

오래전

세상 눈뜨기 전부터 키워 온

제 몸의 향기를

흐르는 물에

아낌없이 게워낼 줄을 안다

비누는 물에 풀어져 자신의 향기와 몸을 다 주고 지워져 간다. 시인은 인간에게도 근원적으로 비누처럼 남을 위한 희생의 속성이 내재돼 있다고 믿고 있다. 인간이란 비누 거품처럼 한순간에 지워지고 없어져 버리는 허무하기 짝이 없는 존재지만 남을 위해 헌신하며 희생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비누를 들어 역설하고 있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