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희<br>인문글쓰기 강사·작가<br>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성장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성장하기 위해 누구나 노력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노력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을까?

우리는 현실이 고통스럽고 불만족스럽기 때문에 성장을 꿈꾼다. 만족을 위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와 귀를 소망한다. 그러나 성공이 성장은 아니라서 이것을 갖는다고 내적인 만족까지 따라온다는 보장은 없다.

며칠 전 펼친 대담집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은, ‘세이모어 번스타인의 뉴욕 소네트’라는 다큐멘터리가 세상에 나온 후에 출간된 것이어서 다큐멘터리의 뒷이야기와 못다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시모어 번스타인은 1927년생으로 미국의 피아니스트이다. 이런 작품이 연이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그의 삶이 성장의 모범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배우 에단 호크의 제안으로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나이는 88세였고, 인터뷰를 할 때 나이는 90세였다. 그의 삶이 남긴 흔적은 그가 추구한 성장을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번스타인은 개인적 자아와 음악적 자아의 통합을 성장이라고 한다. 번스타인에게는 음악이었지만, 각자의 재능에 따라 분야는 달라질 것이다. 어떤 재능이든 예술이다. 개인적 자아와 예술적 자아의 통합이란, ‘어떤 것에 열정이나 관심을 최대한 펼칠 때 인간의 영적 세계, 감성적 세계, 지성적 세계, 육체적 세계가 함께 발달하는’ 것이라고 번스타인은 말한다. 총명하고 재능이 많다고 해서 그의 예술적 자아가 개인적 자아와 통합되는 것은 아니다. 일그러지고 괴팍한 예술가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우주의 전부라면서 자기 안에 매몰되는 자아 과잉도 성장의 목적지는 아니다.

감성과 지성뿐 아니라 육체의 발달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자신의 재능을 펼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번스타인은 자기가 관심 있는 일을 하면서 그 일이 자신의 감성과 지성, 그리고 육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연주할 때는 대가와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재능을 존중하고 보호하면서 작품의 메시지를 올바르게 드러낼 수 있는 템포를 스스로 고르라고 한다. 번스타인은 피아노를 잘 치기 위해 운동도 신경 쓴다. 그것이 통합이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공부에 재능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논문을 쓰려고 발버둥칠수록 인격파탄자가 되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좌절했던 시간이 생각난다. 그렇다고 감성과 지성과 육체의 발달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재능을 어떻게 펼쳐야 할지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번스타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라도 해보겠다는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존재다. 성장의 의미와 목적을 바르게 알기만 한다면 나이가 몇이든 누구에게나 통합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관심 있는 분야를 발견하고 그 활동이 자신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가면서 표현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제보다 오늘은 더 성장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