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전환의 분기점을 기대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통 큰’ 결단도 획기적인 청사진도 없이 밋밋하게 끝났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에 대한 용단도 없었고, 극적인 정책전환을 시사하는 발언도 없었다. 다만 몇몇 원칙론의 재확인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달라질 가능성을 기대해볼 여지는 남겼다. 이번 기자회견이 지독한 ‘불통 정권’ 관행을 청산하는 시발점이 될 것인지 주목된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의 단서가 혹시나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산됐다. 문 대통령은 회견 초부터 나온 ‘사면’ 관련 질문에 단호하게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불가 의사를 밝혔다. 여권에서 일어나는, ‘반성도 없는데 무슨 사면이냐’는 적극 지지층의 야멸찬 아집에 함께 묶여 있음도 명확하게 드러냈다.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투기(억제)에 역점을 두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정책실패를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공급을 늘림으로써 국민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겠다”며 “신임 변창흠 장관이 설 전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윤 갈등을 조기에 해결하지 못한 책임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작동했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지난해 그토록 찍어내려고 무리수를 두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강조해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월성원전 감사 논란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감사원의 감사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부분은 새롭게 들어줄 만한 대목이다.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에 대한 여권의 추후 대응을 주목하게 한다. 하지만 ‘불통’ 문제에 대해 코로나 핑계를 대며 내놓은 “기자회견만이 소통이 아니다”라는 이상한 답변은 소통에 관한 인식의 오류 문제를 뚜렷하게 노정했다. 기자들 앞에 수시로 나서서 허심탄회한 자유롭게 질의응답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연례행사로 고작 1년에 한두 번 나서서 벌이는 어색한 ‘소통 쇼’ 전통은 언제나 개혁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