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진작가 안성용
변화하는 도시·시민들 생활상 렌즈에 담은 사진집 ‘더 포항’ 펴내

안성용作
안성용作

“포항의 상징, 풍경, 종교, 인물, 갈등을 나열하는 방법을 택하여 계속 사진 작업을 해나가 보려고 합니다”

최근 포항을 소재로 작업한 새 사진집을 펴낸 사진작가 안성용(55)의 각오다. 안 작가는 1990∼2000년대 포항의 서민촌 송도에서 촬영한 송도 풍경 연작으로 널리 알려진 사진작가다. 최근에도 포항 곳곳을 돌며 변화하는 도시와 시민들의 생활상을 렌즈에 담으며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사진집 ‘더 포항’을 펴낸 그를 16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인간과 도시와 문명을 화두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런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했으며, 어떤 계기가 있었나.

△90년도 포항에 와서 송도를 촬영하면서 인간이 살아가면서 갖추어야 할 조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송도는 아름다운 형산강의 마지막 마을이고, 건너편에는 현대문명의 상징인 거대한 첨단 제철소가 우뚝 서 있다. 근대문명이 인류에게 가져온 물질적, 사회적 및 문화적 혜택을 부정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자연파괴, 빈부의 극심한 격차, 정신적 가치의 물질적 가치의 종속 이러한 것을 긴 시간 바라보았다. 김일광 작가의 기록에 의하면 송도는 포항과 떨어진 5개의 작은 섬 중의 하나였다. 한 세기 전만 해도 10여 호도 안 되는 어부들이 정어리, 오징어 등 해물을 잡으면서 가난하지만 평화롭게 살 수 있었던 백사송림의 이름난 해수욕장으로서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들던 휴양지였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시대를 사진으로 사랑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다.

△다큐멘터리를 하는 사진가라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자신이 선 땅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영양 일월에서 태어나서 어릴 때는 고향에 관심이 있었고, 학교를 대구에서 다녀서 대구에 관심이 있었다. 지금은 포항에 온 지 30년이 되었다. 사진은 단순한 이념이나 주장이기 전에 언어적 구조물이며, 모든 구조는 나름대로의 질서, 조화, 스타일의 함축이자 동시에 그러한 결과물이다. 그러한 내용을 구현하는 표현의 형식미를 이 시대와 연결한다면 흥미롭다. 아무리 뛰어난 사진 기술이 있어도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애정이 없다면 그 사진 기술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설령 동시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능력 있는 사진가라 하더라도 시간이 없어서 실천을 못 한다면 그 애정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안성용 사진작가
안성용 사진작가

-전업 사진작가로 나서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했는데 후회는 없나.

△지금 생각해 보면 10여 년 직장 생활을 했고 20년 동안 사진가의 길을 가고 있다. 직장 생활을 계속했다면 하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도 있다. 자녀에게 좀 더 풍요로운 조건을 제공해줄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가의 길이 어렵지만, 이미 너무 많이 왔기에 후회보다는 그냥 아득하다. 처형 딸이 사진학과를 간다고 하니 심장이 쿵쿵거린다. 사진은 많은 시간이 흘러서 자신의 보는 방법이 나와야 한다. 본다는 것은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진집엔 어떤 것들이 담겼나.

△고향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작가의 시선을 넘어서 객관적으로 아직 아름다운 도시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포항은 산, 들, 강, 바다를 갖고 있는 신비로운 도시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편집했으며 타지역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장소 정도라고 보면 된다. 포항에서는 눈을 보기가 어렵다. 눈 온 겨울 풍경과 포항은 과메기가 유명하니 과메기 사진에 정성을 담았다. 몇 년 전부터 포항시와 관련된 사진을 촬영한 것과 변화되어가는 유·무형의 문화유적과 사람 사는 모습을 기록, 발표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들이 잘 소개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은.

△사진 작업에 있어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이다. 다양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관점을 어떻게 유지해 나가느냐는 문제 때문이다. 포항은 빛의 도시다. 빛은 사진을 말하는 것이기에 사진적인 도시로 정착하기를 바란다. 가까운 도시들은 사진 행사를 대규모로 한다. 정작 포항을 생각 해보면 안타까운 게 현실이다. 도시의 정체성을 빛, 태양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수준 높은 사진 행사와 사진 관련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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