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재형 감사원장을 ‘집 지키는 개’ 취급을 하며 비난하고 나서자 여권이 우후죽순 감사원 때리기에 나섰다. 정부가 2014년 수립된 에너지기본계획을 놔둔 채 2017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탈원전 정책’을 반영한 것의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들여다보는 데 대한 반발이다. 감사원은 조직의 장을 대통령이 임명할 뿐,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감사원 공격은 소금을 향해 “왜 짠맛을 내냐”고 시비하는 우스꽝스러운 행패다.

임 전 실장은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감사원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전광훈, 윤석열, 이제는 최재형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고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들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 행세를 한다”는 어이없는 말도 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여당인 민주당 곳곳에서 “명백한 정치 감사”(양이원영 의원),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송갑석 의원) 등 비난 공세가 파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탈원전’이 얼마나 심각한 실정(失政)이면 저토록 제 발 저린 반응을 드러낼까 싶기도 하다.

정부 여당 인사들의 언행을 보면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의 작동원리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대통령 주변의 비뚤어진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을 어디까지 망가뜨릴지 걱정스럽다”는 비판에 수긍이 간다.

천문학적 규모의 국익을 파괴한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검증과 책임추궁은 필연적인 국가과제다. ‘대통령의 공약’이니, ‘통치행위’니 하면서 면죄부부터 들고나오는 것은 독재정권 때나 가능했던 구태정치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해 4월 실·국장 회의에서 했다는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馴致·길들이기)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는 말이 다시 떠오른다. 감사원은 국가행정의 부패를 막는 최소한의 방부제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헌법기관이다. 소금을 향해 “왜 짜냐”고 타박하고, 감사원을 개집 취급하는 한심한 인식수준으로 도대체 뭔들 제대로 해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