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대수필가
윤영대수필가

새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을 새롭게 하여 올 한해의 목표를 정하고 꼭 이루어 보자고 다짐한다. 또 그러한 일들을 성취하기 위해 각오를 다지는 마음의 언약을 글로도 써본다. 자신의 가치관, 생활관 등을 마음에 새겨 반성의 재료로 삼는 금언, 격언, 경구 등을 좌우명(座右銘)이라 하는데, 나는 처음에 왼쪽이나 오른쪽에 적어둔다는 좌우명(左右銘)인 줄 알았었다.

좌우명이란 뜻의 유래는 공자의 일화가 있다. 공자가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묘당에 갔을 때 삐딱하게 놓여있는 빈 술독을 보고 그 의미를 물었는데 “비어있을 때 쓰러져있다가 반쯤 차면 바로 일어서고 다 채우면 다시 쓰러진다”는 관리인의 설명을 듣고 ‘교만하게 굴지 말라’는 겸손의 가르침으로 새기며 자신도 그러한 항아리를 만들어 옆에 두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후한의 학자 최원(崔瑗)이 스스로 지켜야 할 글귀를 써서 자신의 오른쪽에 두고 평생을 스스로 가다듬었다는 글 - ‘남의 단점 말하지 말고 자기 장점도 자랑하지 말라’는 좌우명은 문선(文選)이라는 책에 실려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좌우명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이다. 자기가 마음속에 담아왔던 생각을 새기면 좋지만, 평소 들어온 수많은 선인들의 말씀 중에서 하나 골라 액자나 족자를 만들어 벽에 걸거나 그냥 백지에 써서 붙여두고 매일 보며 다짐하는 것도 좋겠다. 자신의 의지와 염원을 담아 스스로 격려하고 반성하며 올바른 길을 찾을 때 삶의 의욕도 커지고 인생의 가치를 깨닫게 되리라.

‘모든 것은 제자리에’.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 말을 머리와 가슴에 넣어두고 되새기며 생활의 방향을 정하고 있다. 여기서 ‘제자리’라는 말은 그냥 ‘움직이지 말고 나아가지 말라’는 ‘부동’의 뜻이 아니다. 자신의 신분에 맞고 자기의 격에 맞는 ‘자기 자리’ 즉, ‘자기가 있는 곳, 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 자기의 책임을 다하는 곳’이란 뜻으로 때와 장소에 맞게 말과 행동을 삼가며 최선을 다해서 처신해야겠다는 마음 다짐을 말한다.

물건도 또한 마찬가지다. 있어야 할 곳에 두고 써야 할 곳에 쓰자는 것이다.

나이가 들고 관리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다 보니 쓰고 제자리에 두지 않으면 다음에 찾기가 힘들다. 우리의 뇌는 습관에 따라 몸을 움직이곤 한다. 그래서 쓰고 나면 원래의 있던 제자리에 두어서 찾기 쉽고 유용하게 쓰려고 한다.

요즘 입사지원서를 낼 때 자기소개서에도 좌우명을 적으라는 곳이 많아서 젊은이들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나는 교직에 있을 때, 학생들에게 좌우명을 하나씩 갖도록 가르치며 ‘항상 최선을 다하라’라고 했지만 나 자신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회와 직장에선 교수로, 집에서는 남편으로 아버지로 살아온 내 삶을 되돌아보면 나름대로 노력을 했으나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일상에서 그러한 좌우명으로 살아왔기에 큰 후회는 하지 않는다.

새해를 맞아 글귀 하나를 지어 나의 책상 오른쪽 벽에 써 붙이고 가족들에게도 보낸다. ‘맑은 마음, 밝은 얼굴, 고운 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