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반 접어든 김기동號 새판짜기
오범석·신광훈·신진호 품어
그들의 풍부한 경험 승부수로

포항스틸러스 김기동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연합뉴스
포항스틸러스 김기동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연합뉴스

김기동 포항스틸러스 감독의 새판짜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벌써 포항은 제주도에서 동계전지훈련 2주차를 보내고 있다. 2021시즌을 준비하는 김 감독은 포항 출신 선수들을 중용하는 선택을 했다. 복안이 다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가 ‘픽(Pick)’한 주요 선수들을 보면 짐작이 가능하다.

가장 중심에는 오범석이 있다. 지난해 6월 자유계약(FA) 신분이었던 오범석이 강원FC를 떠나 포항에 합류했다. 1984년생으로 적은 나이가 아니었고, 선수를 향한 팬들의 시선이 좋지 않은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포항은 오범석을 품었다.

오범석은 리그 중반에 합류해 총 9경기에 출전했고, 부상 등의 여파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지난해 말 오범석과 1년 재계약을 맺으면서 한 번 더 그에게 신뢰를 보냈다. 더해 올해는 주장 완장까지 채워줬다.

두 번째는 신광훈이다. 포항스틸러스는 지난 4일 신광훈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1987년생인 그 역시 강원FC에서 자유계약 신분으로 포항으로 건너왔다. 그리고 지난 11일, ‘괘씸한 세리머니’의 주인공인 신진호가 울산현대에서 포항으로 이적했다. 1988년생인 신진호는 메디컬 테스트를 마치고서 포항선수들의 동계전지훈련장인 제주도 서귀포에 합류했다.

세 선수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단 운동선수로는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받는 30대 중반의 나이다. 다시말해 20대 선수들처럼 왕성한 활동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나 오범석은 K리그 통산 397경기, 신광훈은 348경기를 뛰었다. 베테랑 또는 고참선수로 분류되는 이들에게는 체력보다는 경험이 더 큰 무기다.

모두 포철공고를 졸업한 포항 유스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오범석이 가장 먼저 지난 2003년에 포항스틸러스에서 프로 데뷔를 했고, 신광훈이 3년 뒤인 지난 2006년 포항스틸러스, 신진호는 영남대 진학 후 지난 2011년에 포항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아울러 김 감독이 선수 시절 포항에서 함께 뛴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금의환향(錦衣還鄕)’까지는 아니더라도,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세 선수들이 올해 리빌딩된 포항의 주축을 이룰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신광훈을 제외하면 이번 영입이 그리 달갑지 않지만, 그럼에도 포항 팬들은 적잖은 기대를 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 엔트리를 공개하면서 김 감독은 시험대에 자진해서 올랐다. 일류첸코나 팔로세비치 등 외국인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이 아닌, 타 구단들의 부진이 아닌, 포항 출신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돌아와 포항에서 활약해 포항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셈이다. ‘그의 승부수(勝負手)’가 매번 신기에 가까웠던 용병술처럼 ‘신의 한 수’가 될 지, ‘악수(惡手)’가 될 지는 두고볼 일이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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