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순 자

썩어가며 꿈을 자주 고쳐 꾸다가

비늘이 굳어지고 눈물은 말라갔다

앙다문 울음은 물큰한 내음을 어룽지며

알싸한 맛을 키웠다

새까만 새끼들이 썩어가는 세월을 발라먹는 동안

옹근 심줄도 연골도 삭아

매끄럽고 탄력 있는 성명들은

어미 애비라는 시큼한 이름으로 남았다

비린내 나는 근력은 곰삭아

푸른 시간도 함께 부패되고

지느러미는 항해를 잊었다

이제 붉은 맛으로 혀를 찌르고

온몸으로 물살을 불러

목구멍을 쏘리라

물길은 지워지고 비좁은 바다로 흘러가리라

뜨거운 바다 네 가슴속에서

물결 치리라

저문, 지친 하루를 피어 올리고

타오르는 석양처럼 붉게 태우리라

어두워진 속을 확 밝히리라

소멸하는 순간 가장 빛나는

홍어가 곰삭아 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주며 시인이 의도하는 것은 뭘까. 자신을 온전히 썩혀서 주저앉을 때 비로소 매콤하고 알싸한 특유의 맛을 품은 홍어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소멸하는 순간 가장 빛나는 존재의 가치를 획득하는 것이리라. 진정한 실존적 가치에 이르기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역설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