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서울시장 선거열기가 벌써부터 뜨겁다. 여야가 서울시장 선거에 올인하는 것은 대통령 선거 승부와 직결돼있기 때문이다.

이제 최대 화두는 ‘야권이 후보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까’다. 현재 국면은 국민의힘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후보단일화에 온갖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당 외부 인사의 합류가 가능하도록 경선룰까지 바꿨다. 당내 일각의 반발을 무릅쓰고 보궐선거 후보 본경선을 전국민경선 100%로 치를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바라는 그림은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합당하는 형식으로 후보경선을 치러 야권 단일후보를 내자는 것이다. 반면 안 대표는 중도 외연확장을 위해 입당이나 합당에 반대하면서 “나 아니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직 현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야권 후보가 단일화돼야 한다는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안 대표와의 야권 단일화가 가능할까.

미래를 알려면 과거 정치적 행보를 되짚어보자. 안 대표는 그동안 우파 보수쪽에는 거부하거나 자신만을 고집하고, 좌파진보에 대해서는 후보를 양보하거나 사퇴했다. 실제로 안 대표는 지난 2006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려 했으나 야멸차게 거절했다. 그랬던 그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출마선언도 않은 상태에서 여론조사상 지지율이 50%까지 치솟았으나 지지율 5%에도 미치지 못한 박원순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중도에 사퇴해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선물했다.

최악의 패착은 2018년 6월 13일에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였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시장이 3선도전에 나섰고, 야당에선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출마해 3파전으로 치러졌다. 최종 득표율은 박원순 52.7%, 김문수 23.3%, 안철수 19.5%였다. 당시 김문수·안철수 두 야당 후보간 단일화작업이 진행됐지만 안철수 후보가 자신이 야당 후보가 돼야 한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끝내 단일화가 무산됐다. 가뜩이나 그때 선거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에 치러진 데다, 선거 바로 전날 싱가포르에서 트럼프-김정은 간 북미정상회담이 열려 야당이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해도 두 야당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기만 했다면 승부는 박빙이거나 뒤집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전 의원은 최근 SNS에서 국민의힘이 안 대표의 페이스에 끌려들어가고 있다며 “철수는 오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영화 ‘은마는 오지 않는다’를 차용한 표현이다. 김 전 의원은 안 대표가 말하는 단일화의 의미가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정말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부동산값 폭등으로 상처받은 서울민심을 아우를 수 있도록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선거를 치르는 방법뿐이다.

‘오지않는 철수’를 향한 구애가 뜨거울수록 철수의 마음은 멀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