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만의 강렬한 색채에
‘대중성’ 전략 입히자
탄탄한 마니아층 함께
일반 시청자 몰입까지 성공

경이로운 소문 /OCN 제공
‘보이스’, ‘손 더 게스트’, ‘라이프 온 마스’를 줄줄이 쏟아냈던 2018년은 그야말로 OCN의 해였다.

하지만, 이후 한동안 기를 펴지 못했던 OCN이 2020년과 2021년 ‘경이로운 소문’으로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우며 아쉬움을 한 방에 날렸다.

‘경이로운 소문’의 성공 요인은 OCN의 장르적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보편적 메시지를 통해 대중성을 강화한 데 있다. 늘 마니아층은 탄탄했지만, 그 이상으로 뻗어나가지는 못했던 OCN이 채널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타개책으로 선택한 전략으로 보인다.

‘경이로운 소문’의 원작인 동명의 인기 다음 웹툰은 소재와 분위기 면에서는 OCN과 딱 맞아떨어진다. 영원불멸의 삶을 위해 지구로 내려온 사후세계 악한 영혼들과 그들을 잡는 카운터들의 이야기. 판타지에 스릴러, 액션, 그리고 가족 드라마 성격까지 갖춘 복합장르라 최신 드라마 트렌드와도 부합한다.

OCN은 기대 이상으로 웹툰을 제대로 실사화했다. 오랜 기간 액션과 스릴러에 특화한 장르극들을 해온 만큼 카운터즈의 액션과 악귀의 모습, 그리고 이승과 저승 사이 공간인 ‘융’까지 적절하게 표현하며 몰입감을 높였다. 그러면서도 폭력 수위 등은 보기에 덜 불편하도록 설정됐다.

극적 요소는 강화했다. 각자 아픈 사연을 간직했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데 자신의 힘을 모두 사용하려는 카운터즈의 모습은 꼭 장르극 팬이 아니더라도 닿을 만한 보편적 메시지다.

캐스팅 역시 화려함보다는 보편성을 강조할 수 있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중장년층에도 익숙한 유준상과 염혜란은 역시 절륜한 연기력으로 극성을 강화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이번 작품으로 제대로 뜬 조병규, 그리고 김세정도 평범함 가운데 비범함을 강조하기에 좋은 연기자들이었다.

이러한 보편적 코드 덕분에 ‘경이로운 소문’은 OCN에 충성도가 높지 않은 시청자들까지도 불러 모으는 데 성공하며 개국 이래 최초로 시청률이 두자릿수를 돌파할 수 있었다.

‘경이로운 소문’의 흥행은 OCN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13일 “‘경이로운 소문’은 기존 OCN 장르극보다는 코믹한 터치도 많고 메시지도 조금 가볍다. 장르극과 덜 친한 사람도 좋아할 수 있을 만한 대중성을 확보했고, 약한 자들의 연대가 공감을 끌어내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은 비중의 문제인데, 너무 무겁게만 가기보다 약간의 코믹함을 가져가다 보면 tvN 같은 색깔이 날 수도 있다”며 “그런데도 OCN이 이 같은 전략을 선택한 건 채널 이미지를 넓히는 데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체적으로 라인업을 짤 때는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적인 것만 추구하면 장기흥행이 어려울 수 있다. OCN표 드라마의 장점도 분명히 많기 때문에 이 역시 계속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것이 나온다”며 “‘경이로운 소문’ 같은 작품만 하면 채널 브랜드도 평이해질 수 있는 만큼 적절히 섞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J ENM IP 사업부 김제현 상무는 “OCN이 25년간 계속해서 웰메이드 장르극에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목격자들’로 명명된 OCN의 충성 팬덤 덕분”이라며 “올해는 OCN만의 신선한 장르 스토리, 캐릭터를 바탕으로 ‘OCN 유니버스’의 근원을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