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정 윤

내가 맑고 고요한 강을 노래하고

돌아서면, 강은

붉은 홍수의 강이 되어 웃고 있다

내가 절망의 시를 쓰고

돌아서면, 시는

맑은 별빛이 되어 나를 보고 있다

우리의 삶이 아름다운 건

시시각각 죽어가고 있기 때문

나 아닌 나와의 다툼에서

찾을 수 있는 나,

힘겹게 걸어온 걸음들이

오히려 다정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스스로 만든 틀 속에 자세를 잡고

돌아보면, 나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저만큼 가고 있다

맑고 고요한 강이 붉은 홍수의 강이 되고, 절망의 시가 맑은 별빛이 된다는 시인의 말에는 우리가 방향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를 가지게 만든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현대인들은 사랑과 그리움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성숙한 실존으로 설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