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에 나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어느 농부가 농장에 들어온 거위를 잡아먹지 않고 집 기둥에 묶어 놓았더니 거위가 다음날 황금알을 낳기 시작해 부자가 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욕심이 생긴 이 농부는 어느 날 한꺼번에 황금알을 얻겠다는 생각으로 거위의 배를 칼로 가른다. 그러나 거위는 황금알은 커녕 보통의 거위처럼 죽고 말았다.

이를 각본한 또다른 이야기가 하나 있다. 한 아주머니가 집으로 굴러들어온 황금거위에게 사료를 많이 주면 황금알을 더 많이 낳을 거로 생각하고 먹이를 잔뜩 주었다. 그런데 거위는 살이 너무 많이 쪄 알을 하나도 낳지 못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두 이야기는 지나치게 욕심을 내면 되레 일을 망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화수분은 재물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보물단지를 가르키는 말이다. 중국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 만든 거대한 물통을 하수분(河水盆)이라 했다. 너무 커서 수십만 군사가 먹을 황하의 물을 담고 써도 물이 줄지 않았다고 한다. 하수분에서 재물이 자꾸 새끼를 치는 화수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필요한 물건을 화수분에 넣으면 그 안에서 새끼를 치고 다시 재생산되는 화수분은 오래전부터 가난한 사람의 소망 단지다. 서양에서 소원을 빌면 무엇이든 다 들어준다는 알라딘의 요술램프와 비슷한 이야기다.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살포해야 한다는 여당 지도부의 의견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반기를 들었다고 한다. 국가 빚이 천문학적인데 “재정을 화수분처럼 봐서는 안 된다”는 경제관료의 소신 발언이다. 문제는 국민 세금인 국가재정을 아직도 화수분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이 많다는 것이다. 그의 소신이 관철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