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말하는 아동학대 의심신호는부모·보호자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집 가는 것을 극도로 피할 경우 의심어린 시절 신체·정신적 학대 영향 면역력 떨어져 만성 염증 앓기 쉽고 심혈관질환 같은 각종 질병 우려 커
16개월 된 입양아가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 마련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아동학대는 아이의 뇌와 심장, 마음을 모두 멍들게 한다. 학대당한 아이는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

아동학대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아동학대 사건 수는 6천796건에서 2018년 2만4천604건으로 5년 새 3배 이상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동안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땜질식 대책 마련에 그쳐 같은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뇌 크기가 작아진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면서 뇌에 있는 뉴런의 수가 줄어들며 뇌가 위축되는 것이다. 정보 기억능력은 떨어지고 인지 발달 속도가 더뎌진다.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도 저하돼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을 앓기도 한다. 이처럼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하면 성장기에 면역·대사·신경·내분비·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받아 성인이 돼 각종 질병을 겪을 수 있다. 신체·정신적 학대로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만성 염증을 앓기 쉽다. 어릴 적 학대를 경험한 사람은 커서 심혈관질환과 같은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동학대에는 신체 학대뿐 아니라 심리정신적 학대, 성 학대, 방임 등이 포함된다. 신체적 학대를 제외하면 심각성을 인지하기 어렵지만,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7년 발표한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학대 유형 중에 ‘정서 학대’(44.9%)가 가장 많았으며, 아이에게 밥을 주지 않거나 기본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 ‘방임’ 유형도 13.3%를 차지했다. 방임의 경우 폭력 행위가 없어 피해 정도를 인지하기 어렵지만, 정서 학대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성인이 돼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가 형사처벌 수준의 범죄로 인식될 단계에 이르러서는 피해 아동을 구하기에 늦을 수 있으므로 예방 측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코로나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아동학대 사례를 조기 발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고 아동복지시설이 휴관하면서 학대받는 아이를 구하거나 지원할 기회가 줄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한 경제상황 악화, 코로나 블루 등으로 가족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심리·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부모가 힘없는 아동을 학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꼽은 주요 아동학대 의심신호는 다음과 같다. 대표적인 신체 학대 의심증상으로는 △사고로 보기에 미심쩍은 상처나 흔적 △발생·회복에 시간 차이가 있는 상처나 골절 △신체 상흔으로 자주 병원을 가는 경우 △사용된 도구의 모양이 그대로 나타나는 상처 △담뱃불 자국이나 뜨거운 물에 잠겨 생긴 화상 자국 △겨드랑이나 팔뚝, 허벅지 안쪽 등 일반적으로 다치기 어려운 부위의 상처 △부모 또는 보호자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 △집에 가는 것을 극도로 피하는 경우 등이 있다. 아동학대 신고는 112 또는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가능하다. 신고자 신분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62조에 의해 보장된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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