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해가 바뀌어도 이 나라 정치는 시끄럽기 그지없다. 여야 갈등은 더욱 첨예하고 진영 간의 편 가르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정치에서 정쟁을 멈추었다는 소식은 언제 들을지 의문이다. 이러다가 나라가 거들난다고 불안해 하면서 서로 그 책임은 상대방에 미루고 있다. 모두 교수신문이 말하는 아시타비(我是他非)요 ‘내로남불’이다. 서로 자기만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생각이다. 그러다가 나를 뺀 한국인은 모두 안 된다는 의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 외국인들은 우리를 인정하는 대 정작 우리는 자긍심을 잃은 사람이 주변에는 너무 많다.

30여 년 전 외국 여행길에 코리아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제 어딜 가나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엄지를 치켜세우는 사람이 많다. 그동안 한국 경제가 괄목할 만큼 성장하고 한류가 코리아의 이미지를 살린 결과이다. 한국의 GDP는 세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하에서도 지난달 우리의 수출 물량이 증가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반도체 수출은 일본을 제친지 오래다. 선박 수주량도 다시 세계 일등국이 됐다. 이러한데도 이를 인정치 않으려는 한국인이 많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근년 한국은 스포츠, 예술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사람이 많다. 차범근, 박지성 뒤를 잇는 축구 스타 손흥민은 우리시간 2일 대망의 100골을 달성했다. 박찬호에 이은 야구 투수 류현진의 활약이 우리나라를 빛내고 있다. 박인비 등 한국 출신 골프 여제들도 LPGA를 거의 싹쓸이하고 있다. 문화 예술계에서도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는 예상을 뒤엎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방탄소년단(BTS)은 빌보드 차트 1위를 점령한 지 오래다. 한류의 불을 지핀 이들이 무척 자랑스럽다. 이쯤 되면 우리도 문화적인 자부심이라도 가져야 한다. 세계 선진국민의 추한 모습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있다. 20여 년 전 일본의 어느 해수욕장 화장실 문화를 보고 와서 우리도 벤치마킹하자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아무런 감시 없는 화장실 선반의 화장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우리의 고속도로 화장실 문화는 세계적 수준이 됐다. 우리의 사통팔달의 고속도로는 일본, 미국, 독일을 능가하는 수준이 되었다. 코로나 방역에 역행하는 서구인들의 무질서, 사재기까지 하는 추악한 미국인들, 선거 패배를 승복치 못하는 트럼프 지지자들, 아직도 반한의식에 젖은 일본인들 모두가 후진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정황에도 우리 주변에는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어쩌다 우리가 자긍심을 잃은 국민들이 되었을까. 국민들의 자만심과 우월의식도 문제지만 자기비하나 자긍심 상실은 더욱 문제의 소지가 있다. 우리는 일제 시부터 ‘조센징’은 안된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왔다. 일제의 식민지배 정당화라는 그들의 조작된 논리를 우리가 수용한 결과이다. 아직도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동조하는 학자까지 있다. 강대국을 향한 사대의 논리는 아직도 불식되지 않고 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자긍심 가진 당당한 국민으로 태어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