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한국인의 밥상’ 프로그램
최불암 진행으로 10주년 맞아
“밥은 생명… 안간 지역 없지만
북한음식 소개 못해 매우 유감”

‘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KBS 제공
“무짠지와 오이지를 가장 좋아합니다. 입안을 시원하게 하고 밥맛을 나게 하죠.” 한국인의 뿌리와 정서를 찾아 떠난 맛의 순례,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을 10년 내리 진행해온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81)은 “일곱 살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외갓집에서 자랄 때 많이 먹었다. 가난한 살림살이 때문이었는지 외할머니가 무짠지를 그렇게 먹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프로그램 10주년을 맞아 5일 서면으로 만난 최불암은 “무를 소금에 절이기만 하면 되니 밑천이 안 드는 반찬이다. 나는 지금도 밥상에 무짠지가 있어야 한다”고 웃었다.

최불암이 제작진과 10년간 다닌 거리는 지구 8바퀴에 해당한다고 한다. 매주 전국 팔도 밥상을 찾아다니는 체력의 원천으로는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술 한잔을 꼽았다. “기억에 남는 건 음식보다는 역시 사람들”이라는 최불암은 방문할 때마다 진심으로 맞아주는 각 지역 사람들 덕분에 지금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인에게 밥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해달라는 부탁에 “밥이란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에 휘발유가 없으면 못 가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런데 우리 밥상은 대부분 가난에서 온 창조적 밥상입니다.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가 가족을 먹이기 위해 궁핍한 식자재를 갖고 지혜를 짜내 만든 것들이죠. 밥상을 받을 때마다 이 나라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어머니들의 지혜 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동시에 밥상은 우리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도 우리 밥상을 지켜냈죠. 해외 동포들도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고 우리 음식을 해 먹습니다. 이것이 한국인의 밥상이 가진 놀라운 힘인 거 같습니다.” 10년간 안 다녀본 지역이 없는 최불암이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긴 세월에도 북한에 못 가본 것이라고 한다. “10년 동안 북한 음식을 못 해본 게 매우 유감입니다. 예전에 송해 선생도 ‘전국노래자랑’이 평양에 갔었다는 게 가장 큰 자랑이라고 한 게 생각나요. 우리도 하고 싶었는데 못 했죠. 만약 북한에 갈 수 있다면 황해도 해주를 꼭 가보고 싶어요.

거기가 아버지 고향이거든요.” 최불암과 호흡을 맞춰온 제작진도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제작진은 “10년이나 방송해서 아이템을 잡는 게 쉽지는 않지만 보통 ‘먹 방’(먹는 방송)들과 달리 한국인의 음식을 매개로 해서 역사, 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휴먼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이야기에는 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불암 선생님과 함께 프로그램의 역할론에 대해 늘 고민한다”며 “10주년 특집이 시청자 사연 공모에 의한 동행 기획인데, ‘한국인의 밥상’을 만드는 데 중요한 기본이라는 점들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 앞으로도 시청자 참여에 더 많은 시도가 필요하다고 여긴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의 밥상’은 공이 많이 드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두 달여 전에 기획에 들어간다. 주제를 정하고, 자료조사를 한 후 전국을 돌며 현지답사와 섭외를 하고 촬영한다. 한 지역을 촬영하는 데 하루 이틀 정도가 소요되지만, 바다 조업 등을 포함하면 더 걸릴 때도 있다.

제작진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한결같이 새벽에 밥상을 찾아 떠나며 ‘시청자가 기다리니 나는 아파도 안 된다’는 최불암 선생님께 경의를 표한다”고 인사했다.

“‘한국인의 밥상’은 입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음식을 찾는 게 관건입니다. 그 음식을 해 먹는 지역 분들은 자신들의 음식이 특징이 있는 거란 생각 자체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현지답사를 통해 현지 분들과 오랫동안 얘기하면서 특별한 음식과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