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
직접 본인 생각 밝혀야”
野 일제히 “정치쇼” 비난
당원 반발 여당 갈등 심화

국민의힘 김종인(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2021년 새해 첫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새해에 꺼내든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에 대해 여당이 “국민의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며 제동을 걸었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특히, 야권을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아울러 사면론을 꺼냈다가 한발 물러난 이 대표를 향해선 “장난치지 말라”고 융단폭격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사면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고유한 권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판단해서 사면해야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성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문 대통령이 직접 본인의 생각을 국민에게 밝히는 것이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면은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어야 하지, 선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 통합이 목적이라면 단순한 사면을 넘어서 정치에서도 여러 가지 협력을 하거나, 국민 통합을 위한 진심이 전해지도록 제대로 (사면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가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면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은 ‘이낙연 말바꾸기’를 성토했다.

국민의힘 주호영(대구 수성갑) 원내대표는 “새해 초 이 대표가 기회라는 단서를 달아 두 분에 대한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했지만 어제 민주당 최고위에서는 반성과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이상한 소리를 했다”며 “자신들이 칼자루를 잡았다고 사면을 정략적으로 활용해 장난쳐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직 대통령 두 분을 놓고서 장난감처럼 취급했다”며 “굉장히 어이가 없는 것은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이) 아니면 말고 식이 되어 있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했다가 슬슬 발 빼고 해프닝처럼 없어지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는 이슈”라며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을 놓고 노리개처럼 취급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전 의원도 “벼랑 끝에 몰린 지지율 반전을 위해 (사면을) 정치화하는 극악무도한 짓”이라며 “정권만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거듭 희생물로 삼는 정치 쇼는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가 하면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사면론이 여권의 갈등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도부는 사면에 관한 언급을 자제하기로 했지만 당내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공수처가 곧 출범되면 세월호 진실이나 부정은닉 재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는데 사면 복권 주장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지난 연말에 정경심 교수가 구속되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복귀됨에 따라서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아주 화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설훈 의원은 “정교하게 다툰다면 재판을 끝내고 얘기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정신 자체는 이해를 해야 될 부분 아닌가”라고 이 대표를 옹호했다.

/박형남기자7122love@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