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국 엘에이 카운티 풋힐 프레스비테리안 병원 간호사 전시아
지천명에 간호사 직업 도전
중환자실 코로나 환자 현장 간호
의료 기구·약 턱없이 부족
가족없이 임종 때 가장 마음 아파

미국 엘에이 카운티 풋힐 프레스비테리안 병원 중환자실 복도.  /전시아씨 제공
미국 엘에이 카운티 풋힐 프레스비테리안 병원 중환자실 복도. /전시아씨 제공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흰 소의 기운처럼 힘차고 듬직한 기운이 밝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쉽게 줄어들지 않는 코로나 환자들의 행렬과 남의 일 같지 않은 심정으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 여러 상황 앞에서 환자를 대면해 치료에 앞장서고 있을 의료인들의 심정은 어떨까. 미국 엘에이 카운티 풋힐 프레스비테리안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전시아씨의 하루를 비대면 인터뷰로 따라가 본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한다.

△미국인 남편을 만나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천명이 되어 간호사라는 직업에 다시 도전을 하게 되었고 2020년 6월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10월에 국가자격증을 따서 11월부터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코로나 현장 간호사로 근무하는 걸로 알고 있다. 건강은 괜찮으신지?

△현재 오른쪽 어깨에 오십견이 왔지만, 그것말고는 별다른 건강에 따른 문제는 없다. 그리고 지난 12월 22일에 화이자에서 나온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 그게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

-어떤 부서의 간호사인가? 독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서 말해주셨으면.

△한국의 독자들도 잘 알고 있는 중환자실 간호사이다. 영어로는 Intensive Care Unit이라고 약어로 ICU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인 의료설비로는 충분히 관리할 수 없는 중증환자나 대수술 후의 환자를 대상으로 24시간 지속적으로 간호하며, 필요에 따라서 신속한 구급조치를 할 수 있는 집중치료시설에서 근무한다.

-최근에 코로나 관련, 환자의 죽음을 대면한 적 있는가? 그때의 심정과 느낌은?

△매일 코로나 관련 환자의 죽음을 접한다. 이제 중환자실은 거의 코로나 환자를 보는 곳이 되었다. 어떤 죽음이든 그것을 대면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힘든 일이다. 코로나 환자의 죽음이 더 슬픈 이유는 가족들이 임종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화상으로 그분들이 돌아가시는 모습을 접할 수는 있지만, 직접 환자 곁에서 죽음을 애도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는 우리 간호사들은 최대한 애도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분들의 죽음이 간호사로서 가슴 아픈 이유는 전염성 질병이라는 이유 하나로 일반 환자들의 죽음과는 달리 취급된다는 점이다. 더 이상은 인터뷰에서 말하기 곤란한 사항이지만 무척 안타깝고 암담한 일이다.

△ 간호사 사무실에서 인계를 기다리는 미국 엘에이 카운티 풋힐 프레스비테리안 병원 전시아 간호사.
간호사 사무실에서 인계를 기다리는 미국 엘에이 카운티 풋힐 프레스비테리안 병원 전시아 간호사.

-코로나 환자들을 현장에서 겪는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는가?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 코로나가 환자들의 상태를 급작스럽게 악화시키는데, 환자를 보살피기 위한 의료기구나 재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처음 코로나를 맞았을 때 미국에는 마스크도 부족해, 하나를 가지고 오래 사용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 간호사들이 입어야 하는 가운도 없을 때가 있고, 수시로 필요한 간호 장비들이 부족할 때도 있다. 간호사들끼리 그런 상황을 ‘정글간호’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환자를 진정시키는 약도 수급이 부족해, 응급 처방으로 지원받기도 한다. 그밖에도 어려운 점이 아주 많다. 현 상황이 의료계 최악의 상황인 것 같다.

-현장 의료인으로서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한 의견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우선 코로나 백신이 대중화되면 꼭 맞으시길 바란다. 한국에서는 언제 백신이 가능해질지 모르지만, 75%이상의 집단 면역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나부터 백신을 맞기 전에 안전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과학적인 데이터를 통해서 95%의 안정성이 있다고 하니 이 끔찍한 시기에 기댈 것은 그것뿐이지 않을까. 여전히 마스크 쓰고 안전거리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얼굴을 되도록이면 만지지 않는 것도 강조하고 싶다. 한국인들은 이미 이런 것을 잘 실천하고 계실 테니 제가 더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간호사로서 또는 개인적으로 다 말해도 좋다.

△공부를 계속 해서 Nurse Practitio ner(NP·전문간호사)에 도전하고 싶다. DNP(Doctor of Nursing Practice)라고 예전에는 대학원 학위만 있으면 됐는데 요즘은 박사학위를 받아야 하는 추세라서 지금 계획으로는 2024년에 그 과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늦은 나이에 간호사가 되어서 현장에서 오래 일하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전문간호 의료인이 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